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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6 17:44 수정 : 2007.01.16 22:42

수렁 빠진 지지율 ‘회복불능’ 판단

“노대통령 비난 발언에 큰 상처 받아”
마찰 이후 지지율 더 떨어지자 상심
신당 난항 ‘현실정치 높은 벽’ 한 몫

고건 전 국무총리가 2년8개월 만에 대권의 꿈을 접었다. 한때 지지율 1위를 달린 유력 대선 주자가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스스로 뜻을 접는 건 드문 일이다. 현실 정치의 냉혹함에 좌절했다고 고 전 총리 캠프 관계자들은 말한다.

노 대통령과 싸움에서 큰 상처=고건 전 총리의 고민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총리 인선은 잘못’이라고 규정한 데 고 전 총리가 마음 먹고 정면 반발했지만,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진 점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고 전 총리는 이 사건을 통해 정치의 냉혹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자신을 비난한) 노 대통령 발언에 고 전 총리가 심리적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선을 치르려면 이보다 더한 진흙탕 싸움을 견뎌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전 총리를 오래 후원해 왔던 한 인사는 “고 전 총리가 1월1~2일 언론사들의 새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앞으로 지지율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도 한몫을 했다. 자신이 제안한 중도통합신당 추진 원탁회의가 구성되지도 못하는 점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고건 지지’를 공식화하겠다던 의원들의 모임도 지난해 말 한 차례 연기됐다가 결국 무산됐다. 고건 캠프의 한 참모는 “고 전 총리가 지난해 11월 창당을 선언한 직후 여당 의원 5명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고 총리가 그 자리에서 ‘이제 공식적으로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의원들은 그러나 ‘아직 탈당 못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말 참모들에게 “국회의원들은 참 …”이라고 혀를 찼다고 한다.

“권력 의지가 부족”=고건 전 총리는 2일부터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홀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안영근 열린우리당 의원과 신중식 민주당 의원 등 평소 교감해 왔던 정치인들과 참모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됐다. 고민도 털어놨다고 한다. 캠프의 이희순 전 보좌관은 “고 전 총리는 ‘내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고민을 많이 얘기하셨다”고 전했다. 김덕봉 공보특보는 “고 전 총리는 ‘선거 결과가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제3 후보’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여권 후보의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는 상황에서, 자신이 과거 정주영씨나 이인제 의원처럼 ‘제3 후보’가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고건 전 총리에게는 ‘권력 의지’가 부족했다. 시간은 이른 감이 있지만, 고 전 총리의 사퇴 자체는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고 전 총리는 ‘행정의 달인’으로 불릴 능력은 있었지만, 그의 권력은 쟁취한 게 아니라 대통령으로부터 ‘주어진 권력’이었다. 그는 억센 들풀이 아닌 온실 속의 화초였다”고 평했다.

2년8개월 만에 끝난 대선 행보=고 전 총리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 것은 2004년 5월 총리직을 물러나면서부터다.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다 물러나면서, 그는 ‘물러날 총리’라는 이유로 신임 장관 임명 제청을 거부하고 사표를 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했다. 그 결과 고 전 총리는 2005년 내내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1위를 달렸다. 높은 지지율은 지난해 초반까지 이어지다 같은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역전당한 뒤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