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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욕망해도 괜찮아, 공정한 거래라면”

등록 :2015-12-24 17:46수정 :2016-01-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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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 전문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 세번째 연사는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입니다. 피티 제목은 피티쑈 주제와 똑같은 ‘시민아, 정치하자’입니다.

한겨레 정치전문사이트 정치바 오픈기념으로 14일 저녁 홍대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공개방송에서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이 강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겨레 정치전문사이트 정치바 오픈기념으로 14일 저녁 홍대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공개방송에서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이 강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정치는 생각과 생각의 경쟁

정치는 서로 다른 생각들 사이의 경쟁이라고 생각해요.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사실 왜곡하는 자와 진실 말하는 자의 전쟁이라고 보는 분도 계실 거예요. 저는 이기적으로 제 삶과 관련해서는 생각과 생각의 경쟁입니다. 어떤 생각의 경쟁이냐면, 나의 삶을 둘러싼 질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나와 우리 회사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나와 슈퍼마켓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이런 것에 대한 질서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들은 선과 악이라는 외피를 가지고 싸우기도 하고 간혹 더 가까운 지역과 더 먼 지역이라는 외피를 가지고 싸우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가지고 싸우는데요. 결국은 생각과 생각,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시민이 자각하고 드러내는 것이 정치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제가 2012년에 안철수 당시 대선 예비후보의 캠프에 있었습니다. D-26일에 안철수 후보가 사퇴를 했습니다. 그래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놨습니다. 대선 캠프에서 시민들을 보면 어떻게 보이는지 제가 말씀을 드려볼게요. 저는 정책을 맡고 있었는데요, 대선 캠프에서는 항상 공약이라는 걸 내놓는데요, 제가 공약을 내놓는 작업을 같이 하고 있었던 거죠. 공약은 여러가지 분야에서 나오죠. 근데 그 중에서 여러분들이 기억하실수도, 기억 못 하실 수도 있는 지역 공약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역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대전에는, 제주에는, 강화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내놓는 것이죠. 지역 공약 중 대부분은 이런 것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어떤 도로가 들어서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우리 동네에는 어떤 빌딩이 들어서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고속철도는 어디를 지나가야 하는지, 해저터널은 어딜 뚫어야 하는지 그리고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이 한 가지. 그때 저에게 중요했던 이슈, 공항을 어디에 얼마나 지어야 하는가 하는 이슈. 대선 후보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유세를 하잖아요. 해당 지역에 갈 때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죠. 누군가가 와서 의견을 얘기합니다. 그 당시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공항이었습니다. 어떤 지역을 갔습니다. 그 지역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관광객들이 너무 몰려와서 공항을 다 채웠습니다. 공항을 새로 짓거나 지금있는 공항을 확장해야 합니다. 지금 공항이 낙후돼서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공항을 확장해야 합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에는 공항이 없습니다. 만들어서 낙후된 우리 지역이 발전할 수 있게 관광객이 올 수 있습니다”. 모두 다 약속을 하면 아마 10~15개 새로운 공항이 지어지게 될 판입니다.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이죠.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도저히 검토할 수가 없다. 보고서를 서랍에 넣고 기다렸습니다. 지역 신문에서 전화가 옵니다. ABC 세 후보를 비교하는 기사를 쓸 건데 각 후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합니다. 지역에 있는, 우리가 굉장히 믿을 만한 분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이 지역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공항에 대한 결심을 해야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압박이 몰려오는 거죠. 후보는 다니면서 이렇게 되는 거죠. “여러분들이 하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신중하게 검토해서 사려깊게 결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굉장히 결정하지 못 하는 사람이 되는거죠. 공항이라는 건 제가 하나의 사례를 말씀드린 건데요. 우리에겐 욕망이 있습니다. 배 고프니까 밥도 먹고 싶고 빨리 일자리 얻고 싶고 일자리 얻으면 월급도 늘었으면 좋겠고, 집도 사고 싶고 그 집이 가능하면 올랐으면 좋겠고, 집값 오른 거 팔아서 돈이 생기면 어디 주식에 넣어가지고 갑자기 주가가 펑 뛰어서 갑자기 횡재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욕망이 있습니다. 그 욕망이 남김없이 표출되는 게 정치라는 장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알고 있었지만 직면한 거죠.

욕망해도 괜찮아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런 욕망만 가지고 계세요? 시민들이 그런 욕망만 가지고 계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다른 욕망들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욕망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자식 세대는 우리보다 조금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환경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어려운 분들이 있는데 어려운 분들이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고라는데 어려운 분 없었으면 좋겠다’ ‘빈부격차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욕구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여러분들은 선거 때 그걸 정치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선의가 무엇인지. 욕망해도 괜찮습니다. 이런 욕망이라면. 우린 좀더 자유롭게 살고 싶고,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조금더 확장됐으면 좋겠습니다. 1987년에 여러분이 보여줬던 욕망입니다. 다른 욕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나서서 돕고,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금이라도 모아서 도왔으면 좋겠다, 이런 욕망도 표출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항상 정치를 말할 때 링 위에 올라있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저것이 정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치인들은 어떤 시민이 자기에게 다가와서 어떤 말을 거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목소리 중에 합리적이고 공동체 이익에 부합하는 목소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목소리가 있는데요. 유독 정당과 정치와 선거에는 그런것들이 개입할 여지가 굉장히 적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그래도 저희는 우리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서 시민들이 특히 그런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의견을 발현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 자신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좀더 명확하게 정의를 하고 전달을 하기 위한 시민들 사이의 토론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욕망은 괜찮은 것입니다. 균형있게 잘 드러나기만 한다면. 문제는 정책을 팔아서 표를 삽니다. 표를 팔아서 정책을 삽니다. 이런 거래 관계가 되는 순간 그 욕망은 굉장히 추악한 게 됩니다. 더 추악한 것은 그 욕망을 드러내는 분들은 우리 중 아주 소수라는 겁니다. 공항을 지었을 때 당연히 공항 때문에 얻는 사람이 있고 잃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항 때문에 얻는 사람들은 개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지주들이죠. 잃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인 것이죠. 필요없는 공항을 지음으로써 파괴돼가는 환경과 낭비되는 예산을 감내해야 하는 우리 모두이고요. 어쩌면 좀더 나가면 우리 자식들이죠. 나중에 자식들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주시겠어요. 잘못된 거래인 거죠.

욕망의 공정한 거래를 위하여

공정한 거래가 되려면 어떻게 돼야 할까, 생각하면서 저희가 시작한 게 있어요. 희망제작소와 <한겨레21>이 같이 진행했던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라는 ‘노란테이블’입니다. 노란테이블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하게 해주는 토론 플랫폼입니다. 워크숍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작은 노란 다이아몬드와 노란 테이블보들이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게 우리의 교구입니다. 이 교구를 가지고 우리는 11월 어느 토요일 오후에 시민들 아무나 오시라고 초청을 했습니다. 100명 가까운 분들이 모여서 이 교구를 가지고 정치에 대해 세미나가 아니라 대화를, 웅변이 아닌 게임을 했습니다. 왔던 분들 중 절반은 한 번도 이런 자리에 와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40%는 20대였습니다. 그분들에게 다가가서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어떤 질서로 우리 사회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물어야 합니다. 그러면 거기에 기초해서 그 색깔이 적색당이라도 좋습니다, 청색당도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 하승수 위원장님 계시는데 녹색당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뭔가를 선택할 때 왜 그것을 선택하는지, 우리가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때 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지 압니다. 그걸 사면 단맛이 난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선거에서 어떤 정치인을 선택할 때 저 사람은 과연 어떤 효능을 줄까, 어떤 정책을 펼칠까, 어떤 사회질서를 만들어갈까,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생각해보고 구별해가야 하는 거죠.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의 정치는 왠지 한 가지 색깔 같지 않아 보이세요? 50대 남성이 까만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묘하게도 여기 나와 계신 분들은 아니실 거에요. 정치 의식이 굉장히 높으시니까. 그런데 여기 오시지 않은 분들, 그러나 우리의 친구이고 동료이고 가족인 분들, 국민들은 구분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게 저희의 아이디어입니다. 정치라는 것은 시민이 내 생각은 무엇이고, 나는 누가 좋은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자각하는 것, 그것이 한 축이고, 또 한 축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정당들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자기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경연장에 내놓고 경쟁을 하는 것, 그리고 경쟁을 하다가 연합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연합은 생각과 생각의 연합이어야 하죠. 그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눈을 갖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노란테이블을 전국을 다니면서 20대 대학생들을 상대로 진행을 하면서 여러분들이 정말 원하는 사회가 무엇이냐 묻고 싶은데요, 돈이 좀 모자랍니다. 후원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요. 회원 가입 아니어도 이메일 남겨주시면 편지 보내드립니다. 좀더 많은 분들과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는, 즐겁고 재미나게 토론하면서 세상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가면 좋겠습니다.

정리/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정치BAR] 피티쑈 : 시민아, 정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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