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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북핵통’ 성 김, 바이든이 다시 발탁한 까닭은?

등록 :2021-01-24 14:15수정 :2021-01-25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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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트럼프 행정부 북핵협상 최일선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 전격 발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18년 7월7일 평양에서 북한과 고위급 회담에 나서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편에 성 김 신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당시 주필리핀 미국 대사) 대행의 모습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18년 7월7일 평양에서 북한과 고위급 회담에 나서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편에 성 김 신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당시 주필리핀 미국 대사) 대행의 모습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 국무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 발족 첫날인 20일 북핵 문제에 정통한 성 김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를 동아시아 문제를 아우르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 임명한 것으로 확인되며, 그 배경과 여파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열정적으로 추진해 온 북핵협상에도 깊숙하게 관여해 온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북핵 정책 검토 과정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미 외교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인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지난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할 것”이라는 원칙만을 공개했을 뿐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일 등 동맹국과 모든 방안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22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인과 우리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새 전략을 도입할 것이다. 그 접근은 한·일과 상의하면서 철저한 정책 재검토를 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검토의 ‘속도’와 ‘방향’이다.

2018년 7월7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사진. 미국 쪽에서는 판문점 실무회담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알렉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미션센터 센터장과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폼페이오 장관을 보좌했다. 북쪽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 6명이 참석했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2018년 7월7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사진. 미국 쪽에서는 판문점 실무회담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알렉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미션센터 센터장과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폼페이오 장관을 보좌했다. 북쪽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 6명이 참석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런 의미에서 성 김 대사의 발탁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행보와 관련해 상당한 함의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성 김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핵 문제 담당특사와 6자회담 수석 대표를 역임한 북핵 문제 전문가인 데다 한동안 공직에서 벗어나 있었던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웬디 셔먼 부장관 지명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 때도 북핵협상의 한 가운데 있었다. 특히,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5월 말 판문점 실무회담에서 ‘철벽’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을 상대했고, ‘역사적’ 싱가포르 회담 때도 현장을 지켰다.

이후 김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7월 6~7일 3차 방북 때도 평양에 동행해 김영철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북-미 고위급 회담에 임했다. 당시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핵시설 등의 ‘신고’를 요구하는 폼페이오에게 김영철은 휴대전화를 집어 던지며 “트럼프에게 전화하라. 트럼프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진다. 폼페이오 등이 평양을 떠난 직후 북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폼페이오가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선언했다.

김 대사는 8월 스티브 비건이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된 뒤, 북한과의 실무 협상에서 제외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밝힌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대해선 협상 실무자였던 만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한국 인사들만큼이나 그 의미와 한계를 깊게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김 대사의 등판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시급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외교 과제로 판단하고 있으며, 정책 재검토의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해진 셈이다. 게다가 한국계인 김 대사는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있어 한국과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 대사가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동아태 차관보로 실제 정책을 집행하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 얼마나 일치할 지다. 과감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극히 신중히 접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외교관으로 싱가포르 회담 직후 평양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독특한 접근법을 직접 확인한 김 대사의 생각은 한국 쪽 인사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최고의 도우미가 되어 줄 것이라 기대했던 인물이 최악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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