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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체포 나흘만에 처형…‘김정은 공포정치’의 민낯

등록 :2013-12-13 19:30수정 :2013-12-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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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특별군사재판 열어 ‘국가전복죄’ 속전속결 집행
국제사회 불신 키우고 남북관계도 악영향 우려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12일 처형됐다. 북한은 이날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 전 부장의 국가전복 음모 행위 등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뒤 즉시 집행했다고 밝혔다. 장 전 부장이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혐의로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지 나흘 만이다.

북한 권력이 정적을 이처럼 공개적인 방식으로 속전속결 처형한 것이 이례적이다. 1953년 김일성 주석의 남로당계 숙청 때는 박헌영·리승엽 등을 체포한 뒤 2~3년 만에야 최고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6·25 전후 복구사업 지원이 절실했던 1956년 ‘8월 종파 사건’ 때는 중국과 소련의 압력으로 연안파와 소련파의 숙청을 철회했다가 다시 집행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1967년 4기 15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박금철 등 갑산파를 숙청했지만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번 사건은 다시 한번 북한이 ‘이상한 나라’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이번 장 전 부장의 체포와 재판, 처형 과정은 80년대 말 ‘6월 항쟁’을 거쳐 민주주의를 쟁취한 한국 시민들의 눈에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비민주성, 반인권을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도 유신 시절인 1970년대 인혁당 재건위 사건 때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해 ‘사법살인 국가’라는 오명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도 아직 이런 잔혹한 일이 공공연히 일어난다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장 전 부장의 핵심 혐의인 국가전복 음모는 지난 8일 장 부장의 해임을 결정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 보도 내용에는 없던 내용이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이 혐의와 관련해 장 전 부장의 자백을 소개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국가전복을 기도했는지, 증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그럼에도 장 전 부장을 판결 즉시 처형한 것은 북한 권력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민낯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많다. 그밖에 장 전 부장의 죄목은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명령 불복종, 경제 혼란 등 묵직한 범죄에서 추잡한 사진자료 유포, 도박, 부화방탕한 생활 등 개인 비리까지 포괄적이다.

장 전 부장의 숙청으로 북한의 대남 정책이나 대외 정책이 당장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실제 북한은 장 전 부장 숙청 이후에도 개성공단 출입의 무선인식(RFID) 구축사업 착공에 동의하는 등 기존의 남북 합의 내용을 지키는 모습이다. 또 13일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개최를 제의하고 ‘주요 20개국(G20)과 국제금융기구 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문’도 수용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이해할 수 없는 나라”로 통하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남쪽 사회에선 북한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결국 ‘남북관계 개선’ 요구 목소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도 심각해질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의 대북 인식은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이르면서 크게 악화했다. 이렇게 대북 적대감이 고조된 데는 국내 보수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남북 대결을 부추긴 점도 있지만, 북한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올 상반기 핵실험에 뒤이은 군사적 위협 등은 한국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목소리조차 발붙일 틈을 좁혔다. 특히 북한의 3대 세습은 북한에 대한 인상을 ‘낡은 봉건왕조’쯤으로 돌리는 사건이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장성택 숙청 사건은 남쪽 국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북한은 잔인한 나라,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북 불신이 커진다면 누가 북한에 투자하고 북한과 교역하려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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