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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3 08:04 수정 : 2008.03.13 08:19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북-미 제네바협상 전망
미, ‘비밀 의사록’ 카드로 농축우라늄 인정 유도
북 “핵 불능화 진행…테러지원국서 삭제” 주장

13일부터 제네바에서 이뤄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담판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에 6자 회담이 핵폐기 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기회다.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문제에 발목이 잡힌 핵신고 국면을 돌파하는게 핵심 과제다. 힐 차관보가 중국·한국 등과 집중 조율해 마련한 ‘절충안’의 내용에 대해선 김 부상도 북-미간 잦은 접촉을 통해 대강은 알고 있다.

미국의 절충안은 크게 두갈래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우선 6자회담 공식 신고서에선 농축우라늄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북-미의 서로 다른 주장을 병기해 모호하게 처리하고 검증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에는 북쪽도 긍정적 반응이다. 그러나 미국 쪽이 ‘안전장치’로 생각하는, 북-미간 ‘비밀 의사록’을 통한 북쪽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 및 시리아와 핵협력설에 대한 ‘솔직한 고백’ 방안엔 북쪽이 아직은 부정적이다. 북쪽으로선 어떤 형식으로든 농축우라늄프로그램 추진 사실을 인정하면,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파기의 책임을 뒤집어쓰는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 북쪽의 ‘결심’이 어려운 까닭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미국 쪽은 북쪽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최근 방북한 미국 인사를 통해 김 부상한테 ‘농축우라늄계획과 시리아와 핵협력 사실을 인정한다면 미국도 이를 비밀에 부치고 악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부상은 “우리가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미국의 저명한 외교분석가’의 말을 따서 전한 바 있다. 북쪽은 오히려 2·13합의 및 10·3합의에 따라 핵 불능화를 착실히 진행하니, “미국이 약속한 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활동 내역을 정확하게 신고하겠다고 미국에 밝힌 만큼 ‘핵신고’도 이미 했다는 게 북쪽의 공식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농축우라늄프로그램 문제에서 북쪽의 확실한 신고와 고백을 받아내야 할 처지다. 이를 모호하게 처리하면, 북쪽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 추진을 이유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 제공을 중단하고 경수로 건설 사업을 종료한 게 잘못된 조처였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모두 만족스러운 해법이 어려워, 북-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불만족의 균형점’을 찾는 창조적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현실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의 실체 여부를 둘러싼 내용이 핵심이어서, 신고 형식의 변화만으로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결국 북쪽이 결심을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제네바 회동에서 결론이 안 나도 끝은 아니다”라며 “이견을 좁히는 작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