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3 19:16
수정 : 2009.02.13 22:44
“홍보 메일은 행정관 개인행동” 축소·은폐 여전
청와대가 “용산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내용의 전자우편(이메일)을 경찰에 내려보낸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전날 공식적으로는 ‘홍보지침’의 존재를 부인했던 청와대와 경찰청의 주장은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 홍보지시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35) 행정관의 개인행동이라며 서둘러 봉합을 시도하고 나서, 축소·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청와대 공보 관계자는 13일 “자체 조사 결과,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됐다”며 “비록 사신이긴 하지만 이런 이메일을 발송하는 것은 청와대 근무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해서 구두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 “공식적으로 문건을 보낸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행정관 개인이 사적으로 보낸 일도 없느냐’는 물음에는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며 확답을 피한 바 있다.
박병국 경찰청 홍보담당관도 이날 “3일 오전 10시께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 와 ‘내가 아이디어가 있으니 메일로 정리해 보내겠다’고 해,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개인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더니 곧장 메일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청와대로부터 어떤 지침을 받은 바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박 홍보관은 전날 전자우편 수신 사실을 부인한 것에 대해 “청와대 쪽에서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황인데, 우리 쪽에서 먼저 입장을 밝히긴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청와대가 이 행정관의 단독 행동이라고 해명하자, 정권 차원의 축소·은폐 시도를 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또 ‘용산 참사’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를 도입해 이번 지침과 관련한 진상도 함께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와 경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사실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행정관의 개인행위라면서 축소·은폐하려고 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여론조작 지침을 누구의 지시로 실행했는지, 경찰청은 이 지침을 어느 선까지 보고하여 실행에 옮겼는지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청와대 비서실장, 해당 수석비서관, 여론조작 지침을 실행에 옮긴 담당 행정관을 상대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이메일 진본을 갖고 있다. 이와 동일한 이메일이 (김석기 전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던)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팀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홍보지침과 관련해 청와대의 조직적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준범 강희철 길윤형 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