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6 08:25
수정 : 2008.11.06 08:25
청와대 “대북문제 등 정책협의 과제”…인맥엔 자신감
청와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진영과의 관계설정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만큼 코드가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이 확정된 5일, 청와대가 ‘같음’, ‘큰 변화 없음’을 유난히 강조한 데서 고민은 역설적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한승주 전 외무장관, 하영선 서울대 교수, 현인택 고려대 교수 등 외교안보자문단과 오찬에서 “새로운 미국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인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에게 축하 서한을 보내 “귀 당선인의 역사적인 승리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지도자를 원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며 “우리 두 나라가 협력함으로써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대화,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등으로 방향을 정한 부시 행정부 2기와 비교하면, 오바마의 대북 정책이 다르지 않다”며 “부시 행정부에서 쌓아왔던 한-미 공조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북-미 직접대화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식량 지원이나 테러지원국 해제 등이 모두 한·미가 긴밀히 협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오바마 진영도 북한 문제에서 한국과의 공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인맥 문제도 큰 걱정이 없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상원에서 이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안을 주도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과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민주당 정부의 인재풀인 브루킹스연구소와도 1990년대 미국 체류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이 대통령이 오바마 쪽 인사들과 만나기로 약속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때의 쇠고기 추가협상이나 독도 표기 수정, 한-미 통화 교환 체결 등에 견줘보면, 앞으로 두 나라 정상의 각별한 친분으로 굵직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정책적 협의를 어떻게 해 나갈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처럼 기업·시장·성장·자유무역을 강조해 온 부시 행정부에 비해 오바마 당선인이 노동·규제·분배·공정무역을 강조하는 것도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은 자유화의 정도가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 있기 때문에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이동한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화 정책기조를 뒷걸음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