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포퓰리즘’ 발언 논란
‘포퓰리즘’은 노무현 정부 공격하던 핵심단어
‘촛불 재판’ 판결 불만 녹아있지 않나 분석도
청와대 “원론일뿐…정치적 해석 말아달라”
이명박 대통령이 사법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사법 포퓰리즘”, “사법의 선진화” 등을 거론한 데 대해 법원 일각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사법 포퓰리즘” 발언이 외부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는 가치중립적 표현인 것처럼 설명하지만 맥락상 그렇게만 보기 어려운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사법부가 과거에 포퓰리즘적 판결을 했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포퓰리즘’이란 용어는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던 핵심단어였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포퓰리즘이란 단어도 과거 정부의 ‘유산’이나 진보적 성향을 뜻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사법부한테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말라는 주문은,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판결 성향을 문제삼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촛불정국 등에서 법원이 보여준 판단에 대한 불만이 녹아있지 않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 등을 내리자 검찰이 반발하고, 검찰 출신 참모들이 대거 포진한 청와대 내부에서 그런 불만을 수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논리적 비약이 심한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판결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며 “법원이 여론을 따라갈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선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다를 수 있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달라는 원론적 언급”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말아달라. 깊은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연설문을 검토하면서도 그 구절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오히려 ‘노블리스 오블리지’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연설문에 넣을 수 있느냐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설령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 것같다.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와 사법부의 판결자세를 두고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이, 내용의 옳고그름을 떠나 ‘월권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이날 축사에서 “선진국 수준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사법부도 행정부의 시책에 발맞춰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법원이 업무상 재해 사건을 노동자에게 온정적으로 판결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과 맞물려, 보수 진영에서 법원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따라오라고 종용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권태호 박현철 기자 ho@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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