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3.14 19:04
수정 : 2010.03.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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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여성회를 비롯한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공천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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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당 전제조건 이행않고 “마녀사냥” 반박
민주 긴급 공심위…“경선자격 박탈 어려워”
민주당이 ‘우근민 덫’에 빠졌다. 당 안팎에서 성희롱 전력이 있는 우근민 전 제주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14일 민주당 서울 영등포 당사 앞에서는 제주여성인권연대 등 13개 제주지역 시민단체와 전국 단위의 여성·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이날 우 전 지사에 대한 공천자격 심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천 반대’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여성단체와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과 제주도지사 출마를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민주 세력임을 자부하던 민주당은 성희롱 가해자를 영입하여 도지사 출마를 강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전 지사에 대한 당 안팎의 공천 반대 기류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당 안에선 2008년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민주당의 정략적 태도에 매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한 데 이어, 공심위원(15명)의 과반(9명)도 “공천 자격에 문제가 있다”(<한겨레> 3월13일치 5면 참조)며 벼르고 있다.
당 밖에선 ‘공천 개혁’을 외쳤던 민주당의 말이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들은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선거연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후보를 선정한다”는 ‘3·4 합의문’(야5당 지방선거 연합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기대를 배반하는 행위라며, 우 전 지사 복당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당 지도부의 의식이 그동안 높아진 국민 의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근민 전 지사는 성희롱 전력 논란을 “마녀사냥식 정치테러”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는 13일 제주도지사 선거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나는) 성범죄 전력을 갖고 있지 않고, 더더욱 성추행범은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부가 ‘비록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라도 가슴에 손을 댄 것으로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 성립된다’며 저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결정했고, (법원도) 여성부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지만, 할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억울한 사연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우 전 지사의 이런 발언은 과거 자신의 성희롱 전력을 공개 사과하기로 한 ‘복당 조건’과 사뭇 달라 민주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확실한 승리처를 확보하기 위해 선택했던 ‘우근민 카드’가 민주당 지도부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된 셈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공심위는 이날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긴급 소집해 우 전 지사의 공천자격 부여 문제를 논의했다. 이 회의에선 우 전 지사의 공천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걸로 알려졌으나, 최종 결정은 다음 회의로 미루기로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