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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3 07:48 수정 : 2009.07.23 23:12

언론법의 독소조항

종편·보도채널 최소 3천억원 필요 조중동 수혜
M&A 무제한 허용…거대신문이 싹쓸이 우려

한나라당이 22일 날치기 처리한 언론법은 방송법과 신문법,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IPTV)사업법 등 세 가지다. 한나라당은 미디어산업의 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법 제·개정 이유로 설명한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언론단체들은 조중동의 방송 장악, 여론 다양성 훼손, 신문시장에 대한 정부통제 강화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법안에 어떤 독소조항들이 있는지 짚어봤다.

■ 방송법

가장 큰 문제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다. 신문은 지상파의 10%, 종합편성채널의 30%, 보도전문채널의 30%까지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제 조건은 구독률(전체 가구에서 특정 신문을 보는 가구 비율) 20% 미만이다. 현재 구독률이 20%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어 모든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종편·보도채널의 경우 초기 투자금만 3000억~6000억원가량 들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조중동에만 방송을 터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신문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신문이 방송까지 장악할 경우 여론 독점은 심각해지고 여론 다양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우려한 듯 법안은 사후 규제로 시청점유율 30%를 담고 있다. 이를 넘으면 편성권과 광고 수주 등에 일정한 제한을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의 시청점유율이 10% 안팎인 상황을 고려하면 30% 수치는 의미가 없다.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시청점유율 기준을 초과했다고 해서 제재를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한나라당 안은 또 삼성과 현대 같은 대기업도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법으로는 자산 10조원 미만의 기업만 가능했다. 대기업의 방송 진출은 방송의 공공성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 신문과 대기업이 결탁하면 지상파 20%, 종편·보도채널은 60%까지 소유할 수 있어, 방송에 대한 장악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 허용도 문제다. 법안은 외국인에게도 종편의 20%, 보도채널의 10%까지 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외국 자본에 여론 형성 기능을 사실상 허락하는 셈이다. 방송의 1인 소유지분 한도를 30%에서 40%로 높인 것을 두고는 방송의 사유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경영권 행사 정도가 아니라 ‘내 것이다’라며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만약 신문사가 종편 진입 뒤 2012년 이후 지상파 지분까지 소유할 경우 여론장악력은 엄청날 것인데도, 이번 방송법은 이런 것을 막을 수 있는 제한규정이 없다”며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한나라당이 엉터리 법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 신문법

구독계약 강요나 무가지, 무상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조항은 논란 끝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정부는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신문의 공정거래 위반 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구체화한 신문고시를 사실상 무력화한 상태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문고시에 따른 신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무가지·경품 금지 조항 존속으로 정부·여당이 실제로 신문시장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고 보기는 무리다.

이번 수정안은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한국언론재단 등 신문지원기관들을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통폐합하고, 신문발전기금을 폐지하는 대신 한국언론진흥기금을 설치하도록 했다. 문제는 언론진흥재단의 이사장에 대한 임면권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갖도록 하고, 언론진흥기금 사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도 정부가 갖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원을 이유로 신문사들을 더 강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일간신문이나 방송사가 다른 일간신문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조중동이 지역신문 등 규모가 작은 신문들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이다. 여론다양성 강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