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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방향 못 잡는 번호통합 국민을 우습게 보나요? / 이정수 |
저는 이동통신전화 국번의 010 통합얘기를 수년간 들어왔지만, 011을 계속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제 전화번호는, 제가 처음 핸드폰을 사용할 때부터 단 한번도 바꾼 적 없는, 저를 대표하는 제 고유의 주민등록번호와도 비슷한 존재였습니다.
제 전화기가 고장이 나면서 기계를 바꾸게 되었는데, 번호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전화기를 구입하는 것이 너무 곤란했습니다. 번호를 바꾸면 공짜로 전화기를 받을 수 있는데, 번호를 유지하자니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이 들게 될 뿐만 아니라 쓸 만한 기종도 거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번호를 유지하고자 하면 너무나도 심하게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어쩔 수 없이 전화번호를 새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최대한 비슷한 번호를 받기 위해 신청도 해보았으나 받은 번호는 기존의 번호와 많이 다릅니다. 옛 번호로 연락하면 아직은 번호가 변경되었다고 안내가 되지만 이 서비스 역시 1년만 무료이고 그 이후로는 돈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번호를 바꾸게 되면서 당시에는 그래도 ‘어차피 나중에 바꿔야 하니까 이왕 바꿀 거면 미리 바꾸고 대비하는 것이 낫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 나온 발표대로라면 당초 약속한 대로 모두 통합되는 것이 아니고 3년간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갖게 됩니다. 게다가 기존번호를 사용하면서도 신형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군요. 저는 고장 난 전화기를 교체하기 위해 번호를 바꾸었는데, 저 같은 사람들은 단지 재수없게 먼저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 건가 하고 매우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3년 후는 정권이 바뀐 후이므로, 이것은 곧 다음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을 피해가겠다는 뜻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때 가서 흐지부지된다면, 애당초 정부는 왜 통합을 추진해온 것일까요? 정부는 전화번호가 정부의 번호자원이라고 하지만 정부는 국민을 위한 기구이고, 전화번호는 엄연히 국민의 개인 소유물입니다.
이번 정부의 농간은 010으로 바꾼 사람들과 아직 바꾸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 대한 농간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증폭시킬 뿐입니다. 수년간 추진되어 왔던 정책을 당사자들과의 상의도 없이 뒤엎지 말고 지금이라도 정부의 위신을 세우기 바랍니다.
이정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