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2 17:09
수정 : 2007.01.12 17:09
한겨레를읽고
필자는 최근에 <어우야담>을 여러 연구자와 함께 번역 출간하였다. <한겨레>(2006년12월 29일치)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번역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문을 제기하여 이를 해명하고자 한다. 문제의 구절은 “중국을 ‘상국’(上國)이라 쓴다거나 ‘우리나라 말’을 ‘방언’(方言)이라고 옛말 그대로 옮긴 건, 연구자가 현대 한국인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라고 평가한 부분이다.
본래 ‘상국’은 동아시아 중세사회에서 중국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역자들은 이 책에서 ‘상국’이란 어휘를 세 번 썼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파견한 중국 군대를 따라 온 중국 문사가 자신의 나라를 지칭하는 용어로 두 번, 풍신수길이 임진왜란을 일으키면서 명나라를 치려고 하는 의도로 쓴 ‘사천’(射天)이란 말을 풀이하면서 ‘상국을 굴복시키려는 음모를 의미한다’라는 주석에서 한 번이다. 지적한 부분의 맥락을 고려하면서, 문장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유의하여 이 용어를 쓴 의도를 재고하여 주기 바란다.
중세 한자문명권에서 ‘방언’(方言; 특정 지방의 말)이란 ‘진서’(眞書; 두루 통용되는 참된 글)에 대응하여 쓰인 말이다. ‘방언’이란 원문을 그대로 쓴 것은 작자가 지닌, 중세 한자문명권의 보편적인 언어관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역자들은 고전의 번역을 통해 현대 대중들과의 소통을 매개하면서도 원작에 담긴 작자의 의식세계를 손상시키지 않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번역 방식을 두고 과연 역자들을 ‘현대 한국인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신익철/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