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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꼴불견 대통령, 시급히 ‘직무정지’를

등록 :2016-12-01 18:13수정 :2016-12-0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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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교활하고도 뻔뻔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갑자기 방문했다. 표면적으로는 ‘상인들을 위한 방문’이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위한 방문’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의 민심부터 되돌려 재기의 발판을 다지려는 안간힘이다. 정치권의 탄핵 대열을 흐트러뜨린 뒤 반격의 기회를 엿보겠다는 3차 대국민 담화의 꼼수가 노골적인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는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당회장 목사를 임명한 데서도 드러난다. 최 목사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라는 따위의 신문 광고를 낼 정도로 편향적인 인물이다. 당분간 공석으로 놔두어도 무방한 자리에 굳이 ‘국민분열 위원장’을 임명한 이유는 자명하다. ‘내가 여전히 대통령’임을 안팎에 과시하고, 보수세력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내려는 술책이다.

박 대통령의 교활한 꼼수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촛불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서문시장을 찾은 박 대통령을 기다린 것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민심이었다. 예전의 열렬한 환영과 달리 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침묵시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박 대통령이 고작 10여분 동안 시장을 둘러본 뒤 도둑고양이처럼 서둘러 돌아온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이 처한 곤궁한 처지를 웅변한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촛불 외면 행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 ‘피의자 대통령’ ‘국민 탄핵 대통령’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고 멋대로 인사권을 휘두르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통한 대통령의 직무정지 조처가 화급한 이유다.

그런데 정치권의 상황은 거꾸로 흘러간다. 새누리당은 1일 박 대통령의 4월 말 사퇴와 6월 말 조기 대선 일정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했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친박과 비박은 다시 손을 잡았다. 사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역사의 전면에서 동반 퇴진해야 마땅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어느 틈에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야당이 새누리당의 눈치를 보고 비박계에 구걸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본말이 뒤바뀌고 정의가 물구나무선 정치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굳이 ‘4월 말’을 박 대통령 퇴진 시기로 잡은 것도 매우 수상쩍다. 표면적인 명분은 안정적인 정권 이양, 최소한의 대선 준비 기간 확보지만 치밀한 정치적 속셈이 읽힌다. 우선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를 하지 못한 것처럼 현직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딴죽을 걸고 나오면 특검 수사 역시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검찰을 비롯한 정부 부처 곳곳에서 인사권을 행사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도 있다. 그리고 정작 4월이 되면 북핵 등 각종 상황 변화를 빌미로 사퇴 약속을 얼마든지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의 심중은 여전히 자신은 무죄이며, 따라서 사퇴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믿고 있다.

새누리당이 ‘4월 말 퇴진’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대통령의 즉각적인 직무정지’ 요구를 병행해야 한다. 이런 결의도 없는 4월 말 퇴진 요구는 공허하고도 위험하다. 안정적인 정권 이양과 대선 준비 기간 확보를 위해서도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직무정지는 필수적이다. 가장 좋은 선택은 두말할 나위 없이 여야가 함께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해 여야 가리지 않고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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