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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교과서 국정화, 유신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등록 :2015-10-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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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굳힌 듯하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일부 독재국가에서나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신독재 시절 도입했다가 2011년에야 겨우 없앤 과거의 잔재다. 이의 부활은 다시 정치·교육의 후진국 대열로 돌아가는 것이다. 역사교육에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단일한 교과서는 지양해야 한다는 게 유엔의 권고이기도 하다. 불과 며칠 전 유엔 총회 연설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국제 기준을 내팽개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응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나라가 국정 교과서를 유지하던 시절, 일본 쪽은 검인정 체제인 자기네가 선진적이라는 이유로 역사교과서 왜곡 논쟁에서 한 수 우위를 주장하곤 했다. 한국처럼 국가가 교과서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자율성 논리로 대응했다. 같은 검인정 체제라면 반박할 수 있는 논리지만, 국정 체제로 돌아간다면 대처가 궁색해질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기도 어렵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세력의 논리는 한마디로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돼 있다는 것인데,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지금 사용되는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공시한 집필기준에 따른 것이고, 더구나 2013년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거치면서 교육부의 수정명령 등을 통해 2250건의 수정·보완을 거친 내용이다. 당시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체성, 6·25 전쟁, 일제강점기 미화 및 북한 문제 등 서술 내용을 수정하였다”며 “이를 통해 미래세대인 우리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형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고도 좌편향 교과서라고 우기면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좌편향 정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우리 학생들이 왜 북한의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고 말하는 대목에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정신 나간 색깔론을 연상하게 된다. 현행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미화했다면 몰라도 그 내용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설명한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비판 대상에 대해 알아야 이성적 비판도 가능하다는 건 상식이다. 북한 체제의 실상과 본질도 모른 채 적대감만 주입하자는 뜻이라면 전체주의식 세뇌교육과 다를 게 없다.

백번 양보해 지금의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검인정 체제하의 집필기준과 수정명령을 통해 해결하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까지 국정화를 관철시키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정화의 최종 결정권자도 박 대통령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왜 이토록 국정화에 집착하는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지난 한달 새 5만명이 넘는 교수·교사·학부모·시민들이 성명에 참여하는 등 국정화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정화 이후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우격다짐으로 국정화를 관철시키더라도 곧 정권이 바뀌면 검인정 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런 요구가 빗발칠 것이고 그게 당위이기 때문이다. 한시적인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교육이 희생되는 꼴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국격을 손상해가며 교육을 정치화한 무책임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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