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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칼럼

[크리틱] 해석의 과잉 / 이주은

등록 :2020-10-16 14:51수정 :2020-10-1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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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바스키아, , 1981, Acrylic, oil stick, and paper collage on canvas, 121.9×120.3cm.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York
장미셸 바스키아, , 1981, Acrylic, oil stick, and paper collage on canvas, 121.9×120.3cm.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York

이주은 ㅣ 미술사학자·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스타의 순간순간은 결코 지나쳐지는 법이 없다. 스타가 손에 쥐었던 책, 방문했던 전시장, 오래도록 눈여겨본 미술품 등이 더불어 관심을 받게 된다. 스타가 어떤 말을 꺼내면 누군가는 자신을 향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스타가 된 이들을 보면 대단히 장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익명의 네티즌들은 평소에는 환호하지만, 돌연 사납게 트집을 잡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냉탕과 온탕에 놀란 가슴 되지 않으려면 세상사에 어느 정도 무뎌져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무뎌짐이란 젊음의 이야기는 아니다. 원로가수 나훈아 정도 되어야 뭐든 능청스레 넘길 내공이 쌓여 있지 않을까.

화가 중에도 일찌감치 스타가 된 사람이 있다.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로, 여전히 그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에서 최고 몇 순위 안에 든다. “열일곱살 이후 나는 늘 스타를 꿈꿨다. 찰리 파커, 지미 헨드릭스 같은 우상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고, 유명해지는 방식에 낭만을 느꼈다.” 바람대로 그는 스타가 되었다.

바스키아가 뉴욕현대미술관 계단 앞에 앉아 있노라면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를 알아보고 모여들었다. 그러면 그는 엽서와 티셔츠, 성냥갑이나 포장지에 그림을 그려주었다. 지하철, 담벼락, 건물 벽, 화장실 문 등 빈 곳만 있다면 허용된 곳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래서 그는 그라피티(graffiti, 낙서) 화가로 불린다.

작품에는 대체로 예술가가 표현하려는 의미가 담기게 마련이지만, 낙서처럼 손 가는 대로 채워가는 것도 있다. 의미가 그리는 순간에 드러났다가 금세 휘발해버리는 즉흥적인 작품도 있을 것이다. 바스키아의 작품이 그런 부류였다. 1981년 작 <오래된 자동차>를 보면, 머릿속을 스치고 간 형상과 글자들이 오롯이 펼쳐져 있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솔직해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거침없이 투박한 반항아의 태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스키아는 미국 굴지의 화가들이 전시하는 휘트니 비엔날레에 초청을 받은 최연소 미술가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일기 속에 끄적거린 낙서 같은 그의 그림들은 미술계 사람들에 의해 해석되고 또 해석되었다. 어느 인터뷰에서는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그림 안에 있는 이 문자는 무슨 의미인가요?” 바스키아가 “그냥 글자예요”라고 말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어디서 따온 건데요?” 그러자 이런 대답이 나왔다. “모르겠네요. 음악가에게 음표는 어디에서 따오는지 물어보세요. 당신은 어디서 말을 따옵니까?”

우리는 세상을 더 잘 해석하기 위해 교육을 받았고, 해석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그냥 넘어가도 될 말이나 이미지까지도 습관처럼 캐내고 해석하려 든다. 시대를 대표할 만한 지성인으로 손꼽히는 수전 손택은 저서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과잉 해석에 반대하는 예술론을 펼친다. 손택의 지적처럼 그리고 말을 어디서 따왔냐는 바스키아의 성의 없는 답변처럼, 예술로 공감한다는 것은 특정한 경험 속에 함께 머물러보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문제를 끄집어내어 논쟁을 벌이자는 뜻은 아닌 듯하다.

예술작품의 빛에도, 공연하는 스타가 뿜어내는 빛에도 반짝임 그 자체에 머무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았는데도 내 주위가 환해졌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훈아가 말했는지 테스형인지 출처는 모르겠는데, 스타가 되기는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고, 스타로서 살아가기는 그보다 몇백배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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