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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칼럼]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이면

등록 :2020-07-14 15:08수정 :2020-07-1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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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언론사들이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에 대해 발 빠르게 ‘팩트 체크’ 기사들을 쏟아 내었다.

노동문제 사건에 대한 보도는 출입기자들이 회사나 검찰·경찰의 보도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노동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팩트 체크’를 요구하는 쪽이 ‘사측’이었기 때문에 나타난 특이한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화 대책회의 발족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 을 갖고 노동조건 후퇴 없는 정규직화 등 6800명 노동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모습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화 대책회의 발족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 을 갖고 노동조건 후퇴 없는 정규직화 등 6800명 노동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모습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직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화하기로 발표한 뒤 우리 사회에 나타난 현상은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앞다퉈 ‘청년층’을 대변하겠다고 나섰다. ‘취준생’이라고 표현되는 청년들도 주체로 나서서 흔히 ‘꿘’이라고 표현되는 ‘운동권’ 청년들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지금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는데 집회에 참석한 정규직들 중에는 입사 연차가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청년’들이 많았다.

이삼십대를 온통 청년운동에 헌신해 온 활동가가 “전국 거의 모든 대학 교정에 일년 동안 대자보 한장이 붙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 청년운동은 그 씨가 마른 지 오래됐다. ‘청년운동’은 이제 정치인들이나 소수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레토릭(수사)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실체가 없다”고 허탈하게 말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집단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을 한동안 보기 어려웠는데, 실로 오랜만에 그 청년들이 실체를 드러내었다.

그 와중에 신기할 정도로 언론이 주목하지도 않고 본인들 역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는커녕 오히려 숨어 다니는 청년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번에 정규직화 대상이 된 공항의 승객보안검색 직원 청년들이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들은 ‘수어’를 하는 사람의 손동작만 보고도 비장애인이 하는 수어는 금세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청각장애인 인터뷰가 ‘재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왔을 때, 그 장면을 보던 청각장애인들은 “저건 비장애인이 하는 손동작이다”라고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제작진이 원하는 인터뷰 내용이 정작 청각장애인들로부터 나오지 않자 수어를 할 줄 아는 비장애인을 시켜 원하는 내용으로 인터뷰하도록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태’에서도 ‘알바’로 취업했다가 정규직이 된다거나, 연봉을 5천만원이나 받게 되었다거나, 너희들은 서·연·고 왜 다니냐는 비아냥 등 단체 톡방에서 오간 말들이 과연 사실인지 여부를 보안검색 직원들에게 물었다면 ‘인국공’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보안검색 직원들이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인국공’ 또는 ‘인공’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직장의 이름을 함부로 쉽게 줄여서 말하지 않는다. 냉면을 좋아하실 뿐만 아니라 당신 고향 냉면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계신 이북 출신 이산가족인 나의 부모님이 ‘비냉’이나 ‘물냉’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태’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서 임금이 대폭 인상되는 등 큰 혜택을 받게 되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빚어진 일이었다. 보안검색 직원들이 평소 수준의 임금을 유지한 채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고용 형태만 바뀌는 것뿐이다. 기존 정규직과 달리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공사가 흡수하는 형태여서 기존 정규직과 업무의 내용도 겹치지 않고 승진 경쟁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주기적으로 해고의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고용만 안정적으로 유지돼 사실상 ‘무기계약직화’에 가까운 정규직화를 그렇게 목소리 높여 비난할 일은 아니었다.

‘로또’는 흔히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혜택을 보게 되는 일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노동조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정규직화를 ‘로또취업’이라고 표현하면서 ‘로또취업방지법’까지 발의할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언론사들이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에 대해 발 빠르게 ‘팩트 체크’ 기사들을 쏟아 내었다. 노동문제 사건에 대한 보도는 출입기자들이 회사나 검찰·경찰의 보도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노동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팩트 체크’를 요구하는 쪽이 ‘사측’이었기 때문에 나타난 특이한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설문 조사 결과 20대에서는 이번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언론 등 새로운 정보와 접촉할 기회가 많은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승객보안검색 직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계속 ‘반대’에 머물러 있다면 조금 더 알아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하종강 ㅣ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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