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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이재용과 한동훈, 귀족재판의 귀환/ 박용현

등록 :2020-07-02 16:04수정 :2020-07-03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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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 유착'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 유착'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특권의 서양말(privilege) 어원은 ‘개인’(privus)과 ‘법’(lex)이다. 법을 사유화해 남과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이다. 이런 욕망이 극대화하는 순간은 형사처벌에 직면했을 때가 아닐까. 동서를 막론하고 특권계급은 같은 죄를 지어도 평민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거나, 태형처럼 수치스러운 형벌을 면제받거나, 수사·재판상 특별 대우를 받았다. 유럽 귀족은 왕도 아니고 평민도 아닌 동료 귀족들에게서 재판받을 권리를 누렸다. 영국에서는 1949년에야 폐지됐다.

이제 전근대적 특권 제도는 사라졌으나 특권을 누리는 집단은 존속하는 듯하다. 특정인을 위해 법 제도가 본모습을 잃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여전하다. 더 교묘한 법 기술이 작동한다.

‘검-언 유착’ 사건의 한동훈 검사장을 보면 한 개인에 대한 수사가 이토록 완강한 벽에 부딪친 적이 있었나 싶다. 과거에도 검사의 비위는 은근슬쩍 덮기 일쑤였고, ‘벤츠 검사’나 ‘주식대박 검사’처럼 공분이 극에 이르러야 특임검사·특별수사단 같은 ‘특’자 들어간 절차로 어거지 수사·기소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번엔 검찰총장이 직접 선수로 나선 점이 특별하다.

윤석열 총장은 대검 감찰부장을 교묘한 배당 논리로 배제하더니, 다른 부장들의 의견도 묵살하고 전문수사자문단이라는 수를 꺼내들었다. 수사 일선에 있을 때 상관의 지시도 어겨가며 ‘소신 수사’를 했던 그가 수사팀의 거센 반발도 무시했다. 독단적으로 구성된 자문단에는 현직 검사들이 대거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과 ‘통하는’ 검사들이 모여 그의 최측근에 대한 수사·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모양새다. 동료 귀족들에게서 재판받던 귀족의 귀환이라고나 할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문단 절차 중단을 지시한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법의 세계를 살고 있다. 변호인단의 화려함부터 별세계다. ‘당대 최고의 특수통 검사’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누린 최재경 변호사 아래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현직 특수통 검사들이 혼신을 쏟아부은 수사를 두고 한솥밥 먹던 특수통 전관들이 ‘기소할 거리도 못 된다’고 깎아내리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형사사건 달인들이 꺼내든 묘수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였다. 금융당국이 1년 이상 검토 끝에 고발했고 수사도 1년 반 넘게 진행된 사건이니 반나절 심의로 온전히 판단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면 삼성 총수라는 피의자의 신분이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수사도 재판도 말라’는 심의 결과를 보면서, 재벌 논리에 포섭된 아류 귀족들에 의한 ‘또 하나의 귀족 재판’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여기에 속수무책이었던 검찰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법리보다 기세 싸움에 가까웠을 심의 과정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당한 원인 중에는 신뢰와 권위의 부족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삼성 쪽에 기운 심의위원이라도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할 명분이 필요했을 텐데, 과잉·편파 수사로 비판받는 검찰의 현재 모습은 좋은 핑곗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검찰이 평소 절제되고 불편부당한 수사로 정평을 얻고 제 식구 감싸기 같은 치부를 드러내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검찰이 공익의 대변자로서 확고한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도 심의위가 함부로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수 있었을까. 삼성 변호인단이 바로 이 지점을 노린 건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실제로 한 검사장 수사를 둘러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으로 이 부회장 기소 문제를 논의할 총장-지검장 주례 회동이 무산됐다. 특권 지키기 싸움이 또 다른 특권자를 웃게 한다.

근대 형법의 기초를 닦은 체사레 베카리아는 “법의 힘은 그림자가 몸을 따르듯 모든 사람에게 미쳐야 한다. 성역을 늘리는 것은 국가 안에 작은 주권국가들을 세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권력과 부가 ‘무법지대’를 만들어내면 나라가 망가진다는 얘기다. 검찰은 한 검사장을 남과 다르지 않게 수사하고, 이 부회장을 남과 다르지 않게 기소해야 한다. 그것이 법 앞의 평등, 민주공화국의 작동 원리다.

박용현 ㅣ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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