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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데이터, 독재와 번영 사이 / 전병유

등록 :2020-01-22 17:59수정 :2020-01-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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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유 l 한신대 경제학 교수

새해 들어 데이터 3법이 통과되었다. 기업은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시민사회는 20대 국회 최대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기술,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된 데이터는 인간에게 선물이자 저주의 양면을 가진다. 인간의 생명과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선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인권, 노동권 그리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건도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영역이 의료 영역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의 다음 비즈니스 영역이기도 하다. 민간의료 정보에 공공의료 정보가 결합될 경우 질병 파악과 치료 수준이 높아지고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예를 들어, 수백만의 대화와 행동 패턴을 감지하여 우울증과 정신 장애를 더 쉽게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료데이터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앞에서는 데이터 경제를 비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를 (당시로선 합법적으로) 빼내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을 낙담시키는 가짜 뉴스를 맞춤형으로 유포했다. 이는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노동 영역을 보자. 영국의 스타트업 빔(BEAM)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노숙자들에게 맞춤형 취업 훈련 서비스를 한다. 취약계층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이들의 구조적 한계를 파악하여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여성과 흑인을 차별하는 것으로 드러난 ‘아마존의 실패’ 이후에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채용하고 평가하고 해고까지 하는 ‘사람 분석’(People Analytic) 인적자원관리가 확산되고 있다. 여성과 흑인 변수를 제외할지언정 다른 변수들 간의 내재적 상호관계로 인해 ‘차별’로 귀결되는 알고리즘의 내재적 편향이 극복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콜센터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알고리즘은 강한 악센트를 가지는 직원에게 나쁜 점수를 주며, 우버 노동자들은 앱이 잘 작동하지 않아 주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데이터의 지배에 대해 인간은 여러 대응 옵션을 생각할 수 있다. 외면, 탈출, 해킹을 통한 무력화….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변화에 대해 대응하고 극복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유럽연합(EU)은 데이터 경제의 규칙 만들기에 앞서가고 있다. 2018년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제(GDPR)를 도입하였다. 두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소비자와 노동자의 권리 문제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동의 문제다.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제는 개인정보에 대한 동의가 주어지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더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동의란 “자유롭고, 구체적이며, 정보가 충분하고 모호하지 않은 데이터 주체의 의사 표시로서, 이를 통해 명문화되거나 명확하게 긍정하는 행동으로 데이터 처리에 대해 의사 표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기업은 미리 표시된 동의 체크 박스를 사용하거나 서비스의 전제 조건으로 동의를 요구하는 것을 회피해야 한다는 권고도 첨부되었다. 또한 공개되지 않아야 할 자연인 정보 범위에 키, 몸무게, 이미지, 이메일 주소 등도 포함시켰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배제된, 자동화된 과정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의사결정에 인간이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즉, 데이터 인권선언이다.

다만 이러한 법적 규제가 정보의 흐름을 제한하여 혁신과 개발도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규제 부재의 혁신이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일방적 규제는 혁신을 늦출 수도 있다. 데이터의 흐름과 연계와 융합이 차단되면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약화될 수 있다. 데이터는 원유와 마찬가지로 추출과 소비의 과정에서 독성을 가지지만 커다란 사회적 가치 창출 능력을 갖는다. 나의 행동 정보가 타인의 행동 정보와 결합될 때 미래 예측 능력이 높아지고 거래 비용이 줄어 사회적 가치가 증가하는 네트워크 외부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그 가치를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 경제학도 아직 시작 단계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었지만 대부분의 조항이 추상적이고 많은 사항들이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 데이터의 독재를 경계하면서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경제의 미래 모델에 대해, 사람을 앞에 두고 사회의 미래를 위해 데이터 경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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