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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의 비온 뒤 무지개] 왜 성소수자만 주무부서가 없는가

등록 :2019-12-05 18:20수정 :2019-12-06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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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 ㅣ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2011년 서울문화재단은 시민문화진흥사업의 일환으로 20개 시민축제를 지원한 적이 있다. 그해 지원 사업 심의결과 보고서에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축제일 뿐 아니라 축제의 원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기록된 축제가 있다. 바로 ‘서울퀴어문화축제’다. 2000년부터 이어져온 역사를 보면 영화제와 전시회, 강연회뿐 아니라 음악·춤 공연, 거리 행진 등이 펼쳐지는 축제임을 알 수 있다. 처음엔 소박했지만 이제 국내외에서 연인원 10만명이 참여하고, 각국 대사관과의 문화 교류를 통해 문화예술인 초청, 작품 초대전까지 펼치는 대규모 민간 축제로 성장했다.

축제조직위원회는 더 탄탄한 조직이 되기 위해 최근 서울시에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문의했다. 그런데 놀라운 답이 돌아왔다. 주무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만 20년간 진행된 축제로 당연히 서울시 문화본부 내 문화예술과에 속하리라 믿었는데,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문화 단체가 아니라 인권 단체라서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왜 갑자기 축제를 인권 행사로 규정하고 싶어 할까.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는 원래 중앙정부만 가진 권한이었는데, 업무가 폭증하자 2011년 ‘행정위임위탁규정’을 정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법인 설립 허가 권한을 넘겼다. 이때 대부분은 지자체에 위임됐는데, 인권을 다루는 법무부의 비영리법인 설립 업무만 위임되지 않았다. 이를 핑계로 댄 서울시의 속셈은 이런 듯하다. 이유 없이 법인 설립을 거부하면 차별이니까, 차별이 아닌 척하기 위해 문화 단체를 갑자기 인권 단체라고 우기는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정관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지는”이라는 구절을 지목해 문화예술과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향유하고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는데도 ‘평등’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주무부서가 아니라면, 문화예술과 내의 문화 단체는 모두 평등을 배격하는 곳이라도 된단 말인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같은 서울시민이지만 평등하게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향유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사업이 나아갈 방향 아닌가.

서울시가 2017년 제정한 ‘문화도시기본조례’에 따르면, 문화도시란 시민의 문화권이 실질적 권리로 존중되는 도시를 말하며, ‘문화권’이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뜻한다. 문화예술축제란 시, 자치구 또는 민간에서 개최하는 문화예술행사로서 시민화합 및 관광진흥 등을 목적으로 문화적·예술적 또는 민속적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시민들의 문화권을 지키고, 문화도시에 기여하는 문화예술축제임이 분명하다.

앞서 2014년에도 서울시는 성소수자 단체로서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한 비온뒤무지개재단에 ‘미풍양속에 어긋나서’ 안 된다고 거부한 적이 있다. 차별이라고 항의하자 다시 말을 바꾸어 성소수자는 ‘주무부서’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서울시에 밀려나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법무부에 법인 신청을 냈지만 법무부도 거부해서 무려 4년간 행정소송으로 싸운 뒤에야 법인이 되었다. 이런 과거사가 있는데도 서울시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여전히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성소수자란 단어를 정관에 명시한 단체는 서울시 산하의 법인으로 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처럼 또, 보수 개신교에 기반한 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이런 와중에 서울시는 ‘인권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슬로건은 ‘포용도시 서울, 지속가능한 서울’이라고 한다. 부끄럽다. 오늘의 서울시는 ‘성소수자 배제 도시, 차별 가능한 서울’인데, 성소수자 시민을 위해서는 주무부서 하나 없는 도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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