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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동맹은 무엇인가’ 묻게 하는 미국 / 황준범

등록 :2019-11-14 18:22수정 :2019-11-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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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범ㅣ워싱턴 특파원

오는 23일 0시로 다가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내년도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가 아주 차가운 겨울을 맞고 있다.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는 어느 때보다도 분위기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고위급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해왔다. 내년 대선에서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렬한 욕구와 채근이 그 뒤를 받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맹국의 주권적 결정에 지속적으로 철회를 압박하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열 올리는 미국의 행동은 ‘동맹은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을 키운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우려와 실망”을 나타내며 융단폭격을 가해온 미국 정부가, 수출규제 조처라는 원인을 제공해 이 사태를 불러온 일본에는 어떤 해결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 한국만 일방적으로 물러서라는 요구가 계속되면 한국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동맹 무시”라는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동맹을 비즈니스 상대로만 보는 듯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는 더 폭넓은 ‘공분’이 형성돼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올해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5조8천억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인상 요구에 대해 진보·보수 성향을 가릴 것 없이 “트럼프 정부가 너무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여야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인사 중에는 사석에서 트럼프의 내년 재선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미국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한국의 방위비 분담에 대해 “100%는 왜 안 되냐”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실제로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주한미군을 금기어 취급하며 두려워만 할 일도 아니다.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 한국만 시끄러워지는 게 아니다. 주한미군 배치가 트럼프 말처럼 순전히 “우리(미국)가 그들을 지켜주는 것”인지, 중국 견제를 포함한 미국의 세계 전략상 필요에 따른 것인지를 두고 미국 내 논쟁이 복잡해질 것이다. 수만명의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과 미 본토나 유럽 등 다른 곳에 배치할 경우의 비용을 따지다 보면 트럼프의 ‘돈’ 논리가 꼬일 수도 있다.

미 의회의 거센 반대도 예고돼 있다. 13일 만난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민주당)은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여전히 위협”이라며 단호하게 “나는 반대할 것이고 내가 알기로는 모두가 반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전날 “주한미군 철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영원한 상수일 수는 없다는 점도 환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약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는 한국전쟁 이후 국제 정세 변화 등에 따라 지속해서 줄어든 결과다.

앞장서 동맹을 훼손하는 트럼프의 시대에는 그에 맞는 냉철한 대비가 필요하다. “강한 우려와 실망”은 미국만 느끼는 기분이 아니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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