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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전기요금 논란’이 남긴 것 / 김공회

등록 :2016-09-18 17:30수정 :2016-09-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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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번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던 게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돌이켜보면 ‘8월 전기요금 폭탄’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그 반향은 어느 때보다도 컸다.

이번 파동의 원인으로 많은 이들이 ‘기록적인 폭염’을 꼽는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문제는 다른 식으로 불거졌을 수도 있다. 즉 ‘폭염으로 인한 탈수, 질식’을 보고하는 뉴스보다는 ‘요금폭탄’을 우려하는 뉴스가 훨씬 많았고 또 더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잡아당겼던 것은 바로 저 에어컨이라는 물건 때문이다.

올여름을 계기로 에어컨을 더 이상 ‘사치재’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이미 1990년부터 정부의 소비자물가 조사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우리 정부는 26년 전부터 에어컨을 보통 가계가 구비할 법한 품목으로 인정한 셈이다. 통계청은 이 목록에 오른 상품들의 가격동향을 조사해 달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2015년 현재 여기엔 481개 품목이 들어가 있는데, 각 품목에는 ‘평균 가계’의 지출 비중에 따라 가중치가 매겨진다. 가중치의 총합은 1000으로, 에어컨에는 1.2의 가중치가 부여되어 있다.

1990년은 기념비적인 해였다. 에어컨과 함께 전기청소기와 전자레인지도 그해에 소비자물가 조사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으니 말이다. 가전제품군 바깥에서는 바나나와 치즈 같은 이국적인 먹거리도 ‘주권’을 인정받았다. 김치도 등장했다. 김치를 담가 먹기보다는 사 먹는 추세가 반영된 것일 텐데, 김치냉장고가 고려되기 시작한 게 2000년이라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밖에 보일러, 컴퓨터, 자동차(!), 헤어드라이어 같은 품목도 1990년에 새로 추가된 것들이다.

이런 움직임은 경제 성장과 소득 증대, 그리고 그에 따른 생활패턴 변화를 반영한다. 그 과정에서 전기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실질국민소득이 약 3.5배 오르는 사이, 전기 소비량은 5배쯤 늘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3.9배 늘어 소득 증가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던 반면, 대형건물이나 상가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이 8.2배 증가해 추세를 이끌었다. 서비스업 비중 확대와 자영업자 폭증 등이 배경일 것이다.

이쯤 되면 ‘전기요금 폭탄’론도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 사용량과 단가의 상승으로 지난 25년간 1인당 전기료 총액이 약 9.2배 늘었으니 말이다. 개인별·가구별 편차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폭탄’을 맞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가 경제의 성장과 구조 변화, 심지어 기후 변화까지 반영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단순히 요금체계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기후 변화에 따라 폭염과 혹한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면 냉난방용 전기 수요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인공지능기술 일반화나 전기차 도입 같은 향후 일정까지 생각하면 그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공급 측면, 곧 무엇으로 어떻게 전기를 생산할 것이냐의 문제까지 고려하면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과연 우리 정부는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이번 파동을 계기로 우리가 새삼 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아울러 이 사안의 막중함은 왜 전력 같은 기간산업이 정부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따지고 보면, ‘요금폭탄’설이 ‘괴담’에 그칠 수 있었던 것도 아직은 한국전력이 정부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 아닌가. 이참에 정부는 이미 부분민영화 상태인 한전을 어떻게 더 국가 백년대계의 일부로 끌어들일 것인지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

g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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