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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사드가 MD가 아니라면 / 최종건

등록 :2016-07-26 17:33수정 :2016-07-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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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소를 머금고 “니하오”라고 인사하였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왕 부장은 한국의 사드 배치 수용이 “쌍방의 호상 신뢰에 해를 끼쳤다. 유감스럽다”며 “한국 쪽이 우리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고 경고했다. 라오스의 한·중 외교회담에서 중국의 냉정한 분노가 느껴졌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엠디)망이 자국의 제한적인 핵보복능력을 저하시킨다며 위협으로 인식했다. 중·러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수요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북한을 빌미로 미국 엠디가 한반도로 확장되어 미·중·러 간 전략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본다.

우리 정부는 사드가 미국 엠디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 사드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사드 체계는 한국의 방어를 위한 미사일 체계로 미국의 엠디 체계와 정보공유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윤 장관은 “중국도 러시아도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일종의 글로벌 엠디에 참여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중·러의 반발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총리 또한 “사드와 엠디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미국 엠디의 확장이라고 말하는 건 중국과 러시아만이 아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곧 “미·일 미사일방어망에 한·미 방어망이 가세함으로써 요격 태세가 강화된다”고 7월8일 논평하였다. <아사히신문>은 성주에 배치될 엑스밴드 레이더가 “기존 일본에 있는 엑스밴드 레이더와 복합적인 운용이 가능해져 SM-3의 요격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한국은 “6월말 한·미·일 첫 미사일방어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사드 배치도 결정하는 등 사실상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로 점차 기울고 있다”고 일본 군사 소식통을 인용하였다. 일본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환영하는 중심 논리에는 바로 미국 엠디의 확장이 있다.

미국 또한 사드 배치 결정 보름 전인 6월22일에 애슈턴 카터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우리의 동맹인 한국, 한반도의 미군, 일본, 미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사거리의 엠디 체계를 구축하는, 그동안 해왔던 작업을 계속할 필요를 보여준다”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미국 엠디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미국 의회의 회계감사국 자료와 2017년 정부예산안 등을 보면, 사드가 엠디의 구성요소이며 이 구성요소들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통합되는 중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를 찬성하는 미국과 일본 모두 사드가 미국 엠디 확장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정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상한 형국이다.

성주에 배치될 사드가 미국 엠디가 아니라면 이는 마치 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은 최신형 스마트폰이라는 뜻이다.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듯이 미국의 엠디망에 연결되지 않은 성주의 사드는 무용지물이다. 말이 안 된다. 사드는 오로지 미국의 엠디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예산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고 미군이 운영·통제한다. 원활한 운영·통제는 미국 엠디망에 연결되어야 가능하다. 사드가 엠디다. 우리가 아무리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대북용이라 해도 한반도로 확장된 미국의 엠디 체계는 한·중 관계를 냉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 공조를 와해시킬 것이며, 한국의 미·일 편중 외교를 심화시킬 것이고,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를 애잔한 꿈으로 만들 것이다. 사드가 엠디가 아니라면 이것이야말로 사드 괴담의 화룡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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