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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돌아가야 할 ‘일상’ / 윤태웅

등록 :2014-05-29 18:39수정 :2014-05-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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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언제나 우리 주변엔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할 때 우린 아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말입니다. 설사 핵발전소나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지역 주민이 고통받고 공동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하면 우린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늘 힘에 겹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남긴 상처는 이런 일상적 아픔을 넘어섭니다. 그 고통과 분노는 가슴에 담기도, 말로 표현하기도 모두 어려웠습니다. 아직 공감할 능력을 잃지 않은 많은 사람의 일상은 그렇게 멈춰선 듯싶었습니다.

인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소리가 들립니다. 방송에선 예능 프로그램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에서는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또 돌아가서도 안 된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돌아가야 할 일상과 돌아가선 안 된다고 할 때의 일상이 같은 뜻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논란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일상의 의미를 물어야만 합니다. 우리 주변엔 같은 낱말이 다른 뜻으로 쓰이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제게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지만, 일부에선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특정 사상을 척결하자고 외치기도 합니다.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삶입니다. 그러니 어떤 삶을 어떻게 반복하는가에 따라 우리 일상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게 단순히 4월16일 이전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리자는 의미라면 저는 따르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이자 유가족 대변인인 유경근씨는 잊히는 게 가장 두렵다며 이렇게 말해달라고 호소합니다. “한달 뒤에도 잊지 않겠습니다.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결국은 망각과 기억의 문제입니다. 일상이 망각이라면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아픈 현대사입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구체적인 삶을 일궈내는 게 일상이라면, 저는 그런 일상을 성실히 살겠습니다. 사실 그거 말고는 손에 잡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안목이 부럽기도 하지만, 때로 좀 공허하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거시와 미시, 추상과 구체, 구조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 등을 두루 살펴야겠지만, 결국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삶의 조건인 듯합니다.

공대 선생으로서 제 일상의 목표는 좋은 엔지니어를 기르는 데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흔히들 뛰어난 엔지니어의 길과 훌륭한 시민의 길은 별개의 두 갈래 길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두 갈래 길을 하나의 큰 길로 묶어 학생들을 훌륭한 시민이자 뛰어난 엔지니어로 키워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과학·수학적 태도는 좋은 엔지니어의 덕목이자 민주시민의 소양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 우리 현실은 두 갈래 길에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겠습니다. 그나마 이게 제가 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험과 기억의 일상은 흐르는 시간만큼 켜켜이 새로워지는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변하지 않으면서 나이만 드는 건 퇴보입니다. 그리될 순 없습니다. 학생들 앞에 늘 새롭게 서려 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는 물론이고, 후쿠시마 사고도 잊지 않겠습니다. 고리 핵발전소의 재가동 문제도 눈여겨보겠습니다. 2007년에 이미 설계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는 건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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