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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소외자 인권을 생각하는 따뜻한 복지 / 최연혁

등록 :2012-10-28 19:17수정 :2012-10-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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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첫눈이 하얗게 덮인 캠퍼스를 뒤로하고 강의실로 들어선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제일 앞에 장애 학생이 앉아 있다. 계단식 강의실이라 휠체어를 탄 이 학생은 항상 맨 앞줄에 앉는다. 필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정을 알기에 수업 하루 전 강의 내용을 미리 보내주고, 그래서 학생은 수업을 쉽게 소화하는 모습이다.

청각장애를 지닌 학생을 위해선 두 명의 수화통역자가 교대로 강의 중 앞에 나와 수화를 한다. 그 학생은 화상으로 보이는 내 강의노트 자료와 수화통역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세미나 시간에도 이 두 수화통역자는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그 학생이 토론에 참가하도록 도와준다. 스웨덴어에 능숙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선 ‘언어정비소’라는 제도를 도입해 논문 쓰기, 문법 등에 도움을 준다. 단체 발표, 논문 제출,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를 따라가려면 언어가 필수적이므로 적응이 덜 된 이민자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1년 스웨덴 대학행정처의 통계자료를 보면,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중 장애 학생의 비율은 전체 학생의 12%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 대학 학생복지 서비스과에는 장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지원전담 상담원이 배치되어 있다. 이 직원의 업무는 장애 학생들이 학업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행정지원을 해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난독증 학생들을 위해선 담당 교수에게 필기시험 기간 연장 등의 배려와 강의 노트 사전제공 등을 요청한다. 필기시험도 일반 학생들보다 1주일 정도 시간을 더 할애해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해준다. 난독증 학생들의 경우 사전 허가를 받기만 하면 필기시험 당일 시험장에 비치된 특수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수화통역 서비스, 장애인 보조, 특수차량이나 교재 구입 등은 학기 중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우리 사회에도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외관상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관심과 냉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따뜻한 복지는 이런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데서 출발한다.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게 인도해 주는 장치다. 복지가 없다면 그들은 그 그늘에서 사회를 한탄하며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사회일수록 그들이 영원한 낙오자로 떨어지게 수수방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사회일수록 사회의 갈등과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젠 우리 자신도 언제든지 그런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에 나가면 바로 자신이 언어장애인이 되기도 하고, 멀쩡히 학교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화재를 당해 화상을 입거나 하면 바로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자식이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음지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국민, 우리의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실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복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회에서 소외받고 신음하며 냉대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정책은 어느 후보도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질 못하고 있다. 큰 틀에서 약속만 하지 말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통합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인권, 한국에서 새 삶을 위해 찾아온 이주민을 위한 따뜻한 배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불우아동들을 위한 따뜻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복지는 장기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사회공학 사업이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일이다. 복지에 충실할수록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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