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설.칼럼칼럼

[세상 읽기] 정당정치, 위기인가 기회인가? / 신진욱

등록 :2012-08-28 18:53

크게 작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정당정치의 위기, 정당의 종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작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안철수 원장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자 또다시 많은 정치인과 정치학자들은 정당정치의 실종을 경고하고 나섰다. 정당이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는 주장은, 옳지만 지루하고 무력하다. 문제의 본말이 전도되었기 때문이다.

정당이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면, 그 기둥이 서 있는 반석은 주권자인 시민이다. 시민이 정당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당이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에서 정당을 외면할 때, 변해야 하는 것은 정당이지 시민이 아니다. 정당들은 변하지 않은 채로 있는데 정당의 중요성만 거듭 외치는 건 기득권 정치계급을 방어하는 이데올로기다. 정당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방법론은 정당 사랑 캠페인이 아니라 정당과 정치, 정치계급의 혁신이다.

지금 한국의 정당정치는 이중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편으로 군부독재의 종식 이후에도 정당은 사회의 상충하는 가치와 이익을 정치제도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을 통한 갈등의 조직화와 제도화, 갈등 조정과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 다른 한편 한국 사회는 탈산업화, 정보화, 개인주의화 등의 21세기적 변화를 어떤 나라보다도 급격히 겪고 있다. 이 구조변동의 담지 집단인 젊은 유권자층은 진실한 언행, 구체적 이슈, 실용적 대안으로 믿음을 주는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정치엔 역사적 지체와 역사적 선도가 함께 있다. 이 동시성의 상황을 경직된 단계론으로 풀어가려는 해법이 문제다. 정당정치가 지체되었으니 우선 정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는 현실에서 공명을 얻지 못할 것이다. 정당정치의 교과서를 구현할 사명감으로 묻지마 정당사랑에 빠질 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당면한 질문은 기존 정치를 외면하고 있는 시민들의 욕구와 열망을 어떻게 정치개혁의 동력으로 만들 것인가다.

정치개혁은 두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는 역사적 계기가 주어져야 하며, 둘째, 정당성과 정치력을 겸비한 개혁의 추진 주체가 있어야 한다. 첫째 조건이 역사의 운명과 같다면, 둘째 조건은 그에 대응하는 주체적 능력이다. 운명은 종종 비범한 정치집단을 외면하고, 그들이 이끌 수도 있었을 공동체의 진보를 좌절시킨다. 반대로 오랜 관성이 요동치는 기회의 순간에, 새 역사를 만들어낼 주체가 미약하여 낡은 과거로 회귀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엔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과 더불어 정치개혁에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해줄 비정당적 시민계층이 두텁게 존재한다. 정치학자 러셀 돌턴 교수의 주장대로, ‘비정당적’ 유권자는 ‘비정치적’ 유권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 야당을 외면하는 많은 시민들은 비정치적 정치혐오자가 아니다. 중도파도, 무당파도 아니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스마트 시민들이다. 문제는 이 마그마를 끌어내고 주조하여 제도와 조직으로 실체화할 정치력이다.

안철수 원장에게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치는 뜻이면서 동시에 힘이고 밥이다. 누군가가 정치개혁의 구상을 내놓는 것만으로 권력관계와 이해관계가 재편되지는 않는다. 안철수만 바라보지 말고 그와 함께 조직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새 정치를 끌어갈 사람들이 두터운 세력으로 결집하지 못한다면, 설령 안철수 대통령이 탄생한다 해도 허약한 정부의 고통을 겪을 것이다. 대선 뒤의 공동정부 구성은 또 하나의 협상정치가 될 수 있다. 새판으로 국민의 승인을 받고 힘있게 시작해야 한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전태일 동생 “박근혜, 쌍용 분향소는 안가면서…”
천연기념물 ‘괴산 왕소나무’ 쓰러졌다
안대희 행로, <추적자> 장병호와 닮았네
한국 언론들 ‘엉터리’ 일본 기사 그만 베끼자
한화 한대화 감독, 성적 부진으로 경질
10년차 부부의 소박한 소망…‘우리끼리 자게해주세요’
[화보] 태풍 볼라벤 북상으로 전국에 피해 속출

광고

광고

광고

사설.칼럼 많이 보는 기사

[사설] 등교수업 확대에 찬물 끼얹은 쿠팡의 무책임 1.

[사설] 등교수업 확대에 찬물 끼얹은 쿠팡의 무책임

[유레카] 이재명 재판과 표현의 자유/ 박용현 2.

[유레카] 이재명 재판과 표현의 자유/ 박용현

노래를 불렀다가 ‘죄인’이 되는 나라, 대한민국 3.

노래를 불렀다가 ‘죄인’이 되는 나라, 대한민국

[세상읽기] 신파우스트, 당신은 왜 나를 궁금해하지요? / 신영전 4.

[세상읽기] 신파우스트, 당신은 왜 나를 궁금해하지요? / 신영전

[편집국에서] 신문을 버리며 / 고경태 5.

[편집국에서] 신문을 버리며 / 고경태

NativeLab : PORTFOLIO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Weconomy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오피니언
만화 | ESC | 토요판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헤리리뷰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