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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왜냐면] 루푸스 환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절실한 정부 지원 / 김진혜

등록 :2018-05-07 17:47수정 :2018-05-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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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 사무국장

5월10일은 세계 루푸스의 날이다. 루푸스는 피부, 관절, 혈액과 신장 등 우리 몸의 여러 부분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희귀난치질환인 루푸스는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 시점부터 평생 동안 병을 앓게 된다. ‘행복전도사’로 불렸던 한 방송인을 자살로 몰고 간 질환이기도 하다. 그녀는 유서에서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제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3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으로 열심히 지내던 어느 날, 나는 지혈이 안 될 정도로 코피를 흘리고, 하혈을 했다.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려,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루푸스. 처음 듣는 병명이라 두려움이 앞섰다. 잠시 호전되는 듯하더니,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루푸스 증상 중 하나인 혈관염으로 이어졌다. 얼굴과 전신 피부가 짓물렀다. 머리카락은 뭉텅이로 빠져 돌아오지 않았다. 루푸스 치료도 힘들었지만, 외모의 변화와 주변 시선이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몸이 아픈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라는 시선까지 더해, 열심히 일했던 회사를 퇴사하는 것 외엔 선택권이 없었다. 루푸스 진단을 받은 지 6년 만의 일이다. 젊은 여성 환자가 대다수인 루푸스 환자들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편견 없이 설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루푸스 환자에게 편안한 외출은 허락되지 않는다. 자외선이 루푸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외모 변화들 때문이다. 나 역시 밖을 나갈 때면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눈, 코, 입을 가린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멈추지는 않는다. 루푸스 환자들 대부분이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유이다. 심지어 단 한 번도 가족여행을 가보지 못한 환자도 있다.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또 있다. 표준으로 사용되는 치료제들의 부작용과 제한적인 효과 때문이다. 루푸스 치료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가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당뇨, 고혈압, 녹내장, 골다공증 등 부작용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루푸스를 앓는 것만으로도 힘겨운데, 치료제로 얻은 병까지 걱정해야 하는 꼴이다. 게다가 치료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몸소 느끼기 시작할 때, 남는 건 절망뿐이다.

다행히 몇 년 전 꿈에 그리던 치료제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표준 치료제와 함께 사용해야 하지만, 스테로이드 양을 줄일 수 있고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증상도 나아지는데다 환자의 삶의 질은 높아진다고 하니, 환자들은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벌써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험급여 소식은 없다. 직업을 잃은 젊은 여성들이 빚을 내면서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꿈같은’ 얘기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노력 부족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루푸스 환자를 위한 나름의 최선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에게 그 기다림은 가혹한 현실이다. 그저, 현 정부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 속에 함께 살고 싶다. 루푸스의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나는 또 이렇게 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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