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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왜냐면] 괴물과 된장녀, 그 공통점 뒤에는

등록 :2006-08-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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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된장녀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권력과 폭력에 짓밟히는 여성들의 삶을 주변화하고 나아가 은폐한다.
괴물이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듯 된장녀도 사람들의 고정관념 또는 상상의 산물이다.
우리가 보아야 할 진실은 괴물과 된장녀가 가린, 그 너머에 있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대표적 검색어로 ‘된장녀의 하루’와 영화 〈괴물〉을 꼽을 수 있다. 젊은 여성의 일상적 소비 문화를 그린 된장녀의 하루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과 가족의 사투를 그린 영화 사이에는 얼핏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나는 괴물과 된장녀의 몇가지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괴물과 된장녀의 힘 또는 능력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주어졌다는 것이다. 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먹는다’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라고 말했다. 영화 초반부에 괴물은 포름알데히드를 먹은 존재라고 암시된다. 포름알데히드는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이는 괴물이 한강에 등장해 사람들을 살해한다는 사실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이제 된장녀를 살펴보자. 속된 말로 된장녀 하면 스타벅스 커피다. 스타벅스 커피의 대중화는 우리에게 세계화를 상징한다. 된장녀는 세계화를 즐길 수 있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하는 된장녀의 뒤에는 카드를 내미는 남자가 있다. 결국 된장녀의 구매력은 그녀를 위해 카드를 내미는 남자에게서 나온다.

둘째, 괴물과 된장녀는 사회에서 어느 정도 소외된 사람들의 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에서 괴물은 실패한 사업가, 가난한 중학생 소녀, 고아 등 소위 사회의 약자들을 잡아먹는다. 죽음은 생명의 상실이다. 다르게 풀면 괴물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다. 또한 된장녀의 등 뒤에서 카드를 내미는 남자가 군대에서 제대한 복학생으로 그려진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남자들에게 군 입대는 국가 권력에 의한 일상의 상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제대 뒤 상실했던 일상에 다시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소외를 경험한다. 된장녀는, 과장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명 줄인 돈을 앗아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괴물과 된장녀 모두 무엇을 은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괴물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제의 포름알데히드를 잊게 한다. 또한 괴물이라는 존재 또는 개념이 결여한 일상성은 괴물이 사라진 뒤 복원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괴물과 희생자들을 지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강두는 딸의 죽음과 관련된 뉴스 내용에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가 맥주를 줄 수 있는 현서는 없어도 밥을 줄 수 있는 세주가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장면은 어떻게 일상이 희생자인 현서를 은폐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된장녀를 생각해보자. 어쩌면 복학생을 근본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돈으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된장녀는 바로 그의 옆에 있다.

된장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유는 그녀가 다수 젊은 여성들의 일상을 대변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적으로 된장녀는 못생기고 뚱뚱하지 않다. 미니스커트를 자신 있게 입을 정도로 예쁘고 날씬하며, 괜찮은, 아마도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생이며, 중상류층 뉴요커의 이야기인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진, 소수의 소비문화를 대변한다. 섹스 앤 더 시티가 미국 빈민층 다수가 흑인 미혼모라는 사실을 은폐하듯, 된장녀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권력과 폭력에 짓밟히는 여성들의 삶을 주변화하고 나아가 은폐한다. 괴물이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듯 된장녀도 사람들의 고정관념 또는 상상의 산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아야 할 진실은 괴물과 된장녀가 가린, 그 너머에 있다.

최서윤 /연세대 영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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