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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15 08:53 수정 : 2010.01.17 01:15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공군기지에서 13일(현지시각) 지진피해 구조작업을 위해 아이티로 떠나는 이 지역 소방서 긴급구조팀이 장비 등을 항공기에 옮겨 나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아이티 탈출 김성경씨 ‘한겨레’와 통화
굉음과 함께 사무실 흔들려
주유소 불타고 다리도 끊겨

“차들은 기름이 떨어져 도로를 막고 서 있었고, 주유소도 파괴돼 불이 붙었으며, 길거리엔 쓰러져 죽은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아이티 지진 현장에 있다가 인접 국가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막 빠져나온 김성경(27)씨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참사 당시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 듯 목소리가 떨렸다.

발전소 설립에 필요한 부품 및 서비스를 아이티 전력청에 제공하는 한국 업체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김씨는 11일 아이티에 출장을 갔다가 다음날인 12일 오후(현지시각) 사무실에서 소름 끼치는 강진을 직접 경험했다. 오후 5시쯤 굉음과 함께 사무실이 크게 흔들려 함께 있던 직원들과 거리로 뛰쳐나왔다. 다행히 튼튼하게 지어진 사무실은 피해가 없었지만, 숙소 옆 다른 건물은 그대로 내려앉았다. 거리의 주택들이 대부분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김씨는 “죽다 살아난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버지의 통곡’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으로 어린 딸을 잃은 한 아버지가 13일(현지시각) 아이의 싸늘한 주검을 안은 채 출음을 터뜨리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다음날인 13일 오후 아이티의 사무실을 출발해 이웃 국가인 도미니카로 이동하는 길에서 그가 목격한 광경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김씨는 “모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면서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며 “집을 수리할 돈도 없고, 식량도 없어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마치 피난 행렬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름이 떨어진 차들이 도로를 막아 회사 숙소까지는 오토바이를 빌려 움직였다. 길거리엔 주검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유엔평화유지군들이 주검을 치우고, 부상당해 피를 흘리는 사람들을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분주히 이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다리들도 끊어져 평소 도미니카 국경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30분이면 충분했지만 이번에는 2시간30분이나 걸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씨는 “온전하게 남아 있는 건물도 있었지만, 건물의 70% 정도가 무너졌다”며 “산사태가 일어나 가옥이 흙더미에 묻혀 있는 모습도 보았다”고 말했다. 200~30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산 끝 부분이 그대로 떨어져나와 주거지를 덮친 것이다. 그는 “저는 살아났지만 가뜩이나 가난한 아이티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살아만 있길…’ 아이티 사람들이 13일(현지시각) 포르토프랭스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잔해 더미에 깔린 자동차들의 모습도 보인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미국 해안경비대가 촬영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 곳곳에 건물들이 파손된 모습이 보인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상처와 흙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린 한 아이티인이 지진이 일어난 12일(현지시각) 포르토프랭스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 남성이 포르토프랭스에서 13일(현지시각)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밑에서 손을 뻗쳐 구조대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길에 앉아있는 아이티 어린이 = 13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보도에 앉아있는 부상한 한 어린이. (AP=연합뉴스)

참혹한 아이티 = 13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지진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어디로 가면 될까요” = 13일 아이티 포르트프랭스 한 광장에 이재민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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