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생존 위해 우선적 사용
위험 늘어나자 대출 꺼려
절대 부족한 구제금융 액수 영국이 ‘2차 구제금융’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은 2단계 구제금융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독일도 2차 경기부양책에 은행에 대한 추가 지원안을 포함했다.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가 수조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는데도 금융시장은 왜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해야 할 만큼 경색돼 있는 걸까? 조건 없이 풀린 돈은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은 채 은행에서 딱 멈췄다. 구제금융과 은행 대출을 연계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런스 서머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지명자가 18일 <시비에스>(CBS)에 출연해 “새 행정부는 은행에 더 많은 조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구제금융이 은행 사이 인수합병 자금으로 전용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은행들은 구제금융을 어떻게 쓸 것인지 요구받지도, 어떻게 쓰겠다고 거의 밝히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2차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은행의 대출 확대 약속을 받아냈다. 은행에 자본을 수혈해 주면, 기업과 가계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 신용경색이 완화될 것이란 애초 전망은 빗나갔다. 구제금융은 은행 자신의 생존에 우선으로 쓰였다. 서머스 경제자문위원장은 구제금융이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처럼) 은행을 위해 쓰여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처지는 다르다. 리먼브러더스와 에이아이지(AIG) 등 거대 금융사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은행들은 어느 때보다 큰 생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구제금융을 ‘비상 자금’으로 아껴두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대출 위험도 커졌다. 금융위기와 함께 대공황 이후 최악이 될 경기후퇴가 진행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신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가계는 일자리를 잃고, 기업은 수익이 줄고 있다. 2008년 한 해 주택 담보 대출자들의 압류 비율은 전년보다 80% 넘게 증가했다.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금융, 학자금 융자 연체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구제금융을 받은 많은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이 악화될까봐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권이 기존 대출로부터 늘어나는 손실을 떠안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에 신규 대출을 늘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은행이 대출을 줄였다기보다, 경기후퇴 과정에서 대출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엔엔 머니닷컴>이 전했다. 불충분한 구제금융은 2차 구제금융을 이미 예고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금융기관에 수천억달러를 더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구제금융이 충분치 않다”고 보도했지만, 이런 지적은 지난해 구제금융 액수가 책정될 때부터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실업과 기업 도산으로 앞으로 몇 달 동안 약 5천억~7500억달러의 추가 손실이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금융권의 손실이 애초 예상치의 두 배가 넘는 총 1조5천억~1조8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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