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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3 20:10 수정 : 2009.01.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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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지구촌 민생뉴딜]

점점 더 매서워지는 전세계 경제위기의 한파 속에 각국 정부들도 민생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유럽과 미국 등 여러나라 정부들은 실업자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과 고용 창출을 통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독일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영국은 저소득층 지원을 대폭 늘리고 부유층한테서는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고 발표했다.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적 불안을 예방할 이런 정책들이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 감세’와 ‘친기업적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한국 상황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독일, 영국,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경제 위기 대책의 방향과 시사점, 현지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 독일

독일 남부 소도시 진델핑겐에 위치한 다임러벤츠 공장. 3만6천여 노동자가 일하는 이곳은 세계 최대의 벤츠 승용차 생산 공장이다. 벤츠의 핵심 ‘정예부대’인 이곳 노동자들은 100년 가까운 공장 역사상 단 한번도 구조조정의 한파를 겪은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의 한파로 이들에게도 춥고 긴 겨울이 닥쳤다. 노동자 전원이 지난해 12월12일부터 5주간 전례 없이 긴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갔다. 자동차 판매 급감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강제 휴가’의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는 속에서, 독일 정부는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공동 결정’을 기반으로 경기 한파 극복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책의 초점은 건강보험료 감면 등 저소득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맞추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14일 ‘32인 경제정상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베를린 총리 공관에 도착한 노조·기업 지도자와 경제 전문가들을 반기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뉴시스
1차 경기부양책에 대한 독일 의회의 의결을 앞둔 지난해 11월5일, 사용자단체와 노조 대표들은 독일 연방 총리공관으로 초청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못하고 1차 경기부양책을 결정한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되도록 빨리 위기대응책을 내놓아야 하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설명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마련할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폭넓은 사회적 의견 통합 과정을 거칠 것을 약속했다.

이 약속의 첫번째 결과물이 지난해 12월14일 열린 ‘32인 경제정상회의’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과 여야 정당 대표, 대기업과 사용자 단체 대표, 노총 대표 및 금속노조 대표, 친노조 성향의 경제연구소를 포함한 독일 경제연구소 대표 등 모두 32명이 총리공관에 모여 10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회의 시작 전 경제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의견서를 냈고, 총리실 실무진들은 이를 기초로 사전 의견조율 작업을 벌였다. 각 단체 대표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들의 방안에 대한 여론의 동의를 얻고자 열띤 경쟁을 벌였다.


노·사·정 머리 맞대 소도시까지 ‘여론 조율’
500억 유로 규모 2차 경기부양 방안 마련

그 뒤에도 경기부양책을 논의할 주지사 연석회의, ‘지역 공공시설 확충’을 주제로 한 소도시 시장들 간의 간담회, 노조들의 각종 토론회, 정당들의 ‘1박2일 회의’ 등이 잇따라 열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2차 경기부양책의 핵심 사안들이 차츰 정리됐다.

독일 정부는 노·사·정 합의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13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인 ‘2차 경기부양책’을 확정했다. 500억유로(670억달러) 규모인 2차 경기부양책은 경기회복과 고용안정을 목표로 △기업 대출 보증을 위한 ‘신용·보증 펀드’ 조성(1000억유로) △건강보험료 감면과 어린이 1명당 100유로 보너스 지급 △철도·도로·학교 등 인프라 확충(180억유로 투입)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2차 경기부양책 수립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은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요구한 세금감면의 정책적 효과였다. 초반에는 세금감면이 소비와 투자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경기침체기의 감세 효과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히면서, 감세안은 후순위로 밀렸다. 결국 최종안에선 생색내기 수준으로만 포함됐다. 대신 노조와 사민당(SPD)을 중심으로 제기된 ‘건강보험료 감면안’이 보수 기민당(CDU) 다수파의 지지를 얻으며 2차 경기부양책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결정됐다.

건강보험료 삭감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부담을 동시에 낮추는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사용자는 고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는 감면액만큼 소득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료는 가계의 매월 고정지출 항목에 속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는 직접적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평의회’로 대변되는 독일 사회의 ‘공동 결정’ 문화는, 경제위기라는 전사회적 도전 속에서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고 돌파구를 찾아가는 주요한 힘이 되고 있다.

베를린/강정수 독일 비텐대학 경제학 박사과정 jskang@gmx.net


■ 영국

“날씨가 추운데 경제까지 어려워져서 할 일이 더 많아졌어요. 단열재 깔아주고 보일러 설치해주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크리스 덴험(45)은 요크시와 주변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다니며 난방 상태를 점검하고, 단열재 설치 등 난방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영국 정부의 ‘웜 프런트(Warm Front)’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정부는 한번에 최대 2700파운드(약 540만원)까지 난방 설치비를 지원한다.

영국 정부는 올해 웜 프런트 프로그램 예산을 1억파운드(약 2천억원) 더 늘렸다. 가스와 전기 비용이 급증하면서 저소득층이 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불황의 늪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0.6%를 기록하고, 실업자수가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경제위기와 실업 극복을 위해 모두 210억파운드 규모의 ‘사전예산보고서’를 통해 의욕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내놓은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핵심은 노인·장애인·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강화다. 복지예산을 대폭 늘려 이들이 실제로 받는 연금과 수당 등을 인상했다. 특히,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연금생활자들에게 60파운드(약 12만원)의 보너스를 일괄 지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웜 프런트 프로그램처럼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복지 프로그램도 확충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연금 등 복지예산 대폭 확충
상위 1% 세율인상 ‘부자들부터 고통분담’

반면, 상위 1%에 해당하는 연간 15만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게는 2011년부터 소득세율을 5%포인트 인상해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했다. 경제위기가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책을 만든 것이다.

위기극복책의 두번째 초점은 서민들의 집이 은행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등 강화된 주택정책에 맞춰져 있다. 집이 은행에 넘어갈 시점부터 3개월 동안 정부가 이자를 대신 내줘 주택 소유주가 자금을 확보할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했다. 아울러, 노인·장애인·학생 등을 위해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주택조합’을 통해 주택담보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저소득층의 담보 대출 비용을 일부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택시장의 부실이 경제위기의 핵심 요인 중 하나라는 영국 정부의 현실적 판단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요크시에 사는 잭 맥네일(36)은 “정부가 지원을 해도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가구 수입이 줄어드는 등 경기가 계속 악화한다면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며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지원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 전체 집값은 16.2%나 하락했다고 주택담보업체 할리팍스가 지난 2일 발표했다.

급증하는 실업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도 계속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실업예산을 13억파운드 늘렸다. 이번 실업대책의 특징은 단순히 현금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하기 보다는, 실직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업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1억파운드를 투입해,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잡 센터 플러스’와 연계해 실업자들이 새로운 직업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폴 케니 일반노조 위원장은 “실업급여에 예산을 쓰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예산을 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지지 뜻을 밝혔다.

요크/전용호 통신원 chon21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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