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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3 20:21 수정 : 2009.01.03 20:21

중재외교ㆍ인도적 지원으로 여론조율 '줄타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요르단 안팎에서는 가자 공습을 규탄하고 이스라엘과 국교 단절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폭격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요르단대와 암만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규탄 시위가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정초 연휴기간 내내 암만과 이르비드, 마안, 아카바 등 요르단 주요 도시에서 대학생, 변호사, 간호사, 어린이 등 각계각층의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이어졌다.

새해 첫 금요기도회 날인 2일에도 암만 도심서 수 천명이 운집해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며 이스라엘 대사 추방 및 국교 단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중 일부는 이스라엘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해산됐다.

가자 공습 규탄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8일에는 하원의원 29명이 이스라엘 대사 추방과 이스라엘 주재 요르단 대사 소환을 위한 동의안을 발의했고 또다른 하원의원 23명은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 폐기를 정부에 촉구했다. 요르단은 1994년 아랍 국가 중 이집트에 이어 두번째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같은 날 칼릴 아티아 등 하원의원 4명은 국회의사당 안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웠는데 현직 국회의원들이 공식 석상에서 외국 국기를 태운 것은 의회 개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른 아랍국가에서도 요르단-이스라엘 간 국교 단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란 테헤란에서는 1일 요르단과 이스라엘간 단교를 촉구하며 요르단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이 공관에 진입하려다 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라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당부를 듣고서야 해산하기도 했다.


요르단 왕실과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 직후부터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주변국을 상대로 중재외교에 나서는 한편 긴급구호물자 및 부상자 운송 등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이스라엘은 무고한 가자 주민을 살해하는 것으로 그들이 원하는 안보를 달성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지난달 28일 암만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의료지원과 난민 대피 등에 전폭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또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카타르 국왕, 부시 미국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과 잇따라 회동 및 전화통화를 갖고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역시 의료진ㆍ구호물자 운송트럭과 부상자 수송을 위한 특별기를 가자 지구에 보내는 등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가 이스라엘과의 국교 단절 등 외교적 '강수'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요르단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국민과 다른 아랍국가로부터의 비난 여론을 무마할 필요성은 있지만 미국 등 서방국가 원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스라엘을 적대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 및 국제협력부에 따르면 요르단의 2008년도 국외 원조액은 총 11억3천750만달러로 2007년의 6억8천만달러보다 67%가량 늘어났는데 이는 미국의 원조가 2007년 2억5천530만달러에서 작년에 5억1천610만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한 데에 크게 힘입었다.

가자 공습에 대한 요르단 왕실과 정부의 대응이 사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보다는 '생색내기'에 치우쳐 있다는 비난이 일부에서 나오는 점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니라 무장 정파인 하마스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요르단을 비롯한 아랍국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요르단대 정치학과의 한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대한 아랍권의 여론은 다분히 감정적 측면에 치우쳐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하마스가 이번 사태에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암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