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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럽

카탈루냐는 국민국가의 종언을 말하는 걸까?

등록 :2017-11-03 21:10수정 :2017-11-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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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지방의회 의사당 앞에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지방의회 의사당 앞에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카탈루냐가 분리독립을 추진하다가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몰수당하고, 카탈루냐 지방정부 수반은 반역 혐의 체포를 피해서 벨기에에서 사실상 망명 상태다. 지구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라는 유럽연합에서 과거의 식민지 해방투쟁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현재의 국민국가(nation state)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국민국가는 정확히 획정된 영토를 가지며, 그 영토 안에서는 다른 나라의 간섭을 완전히 배제하는 배타적 주권이 적용된다. 이런 국민국가는 국제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성원이며, 국력에 상관없이 대등한 지위를 갖는다.

국민국가는 근대 유럽 역사의 소산이다. 왕권, 교황권, 영주와 공국, 제국이 뒤얽혀 각자의 영역이 중복되거나 애매했던 유럽에서는 결국 17세기 초 가톨릭과 신교 국가의 분쟁 형태를 취한 ‘30년 전쟁’이 발발했다.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한가운데가 전쟁터가 된 30년 전쟁은 당시 독일 인구의 4분의 1을 몰살시키는 대참사였다.

유럽의 모든 세력은 이 전쟁을 수습하는 베스트팔렌조약을 맺고서는 국민국가 체제를 고안했다. 각자의 세력권, 즉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정확히 정하고, 그 안에서의 내정은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조약에 참여한 모든 세력은 국력에 상관없이 대등한 지위를 갖는다고도 규정했다.

국민국가 체제는 1차 세계대전 뒤 우드로 윌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와 결합하며, 전세계에서 식민지 독립 운동에 이은 새로운 독립국가 탄생의 근원이 됐다. 하지만 현실에서 지구상의 국가들은 결코 대등한 지위를 갖고 있지 않고, 힘센 나라가 여전히 약소국에 개입하고 있다. 모든 주민이나 민족들이 자신들의 국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연합이 등장한 것도 그런 국민국가 체제의 한계를 말해준다. 유럽연합 체제는 회원국인 기존 국민국가들의 권능을 제한해, 초국가 체제로 나아가려는 유럽통합의 한 단계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카탈루냐뿐만 아니라 영국의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북부 지방들이 분리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 프랑스의 코르시카, 스페인의 바스크 등도 잠재적인 분리독립 추진 지역들이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움직임은 그 뿌리가 깊으나, 현 사태는 경직된 유럽연합 체제 운용으로 촉발된 측면이 크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는 재정흑자 상태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2015년 진보적이고 독립적인 시 재정 운용을 주장한 아다 콜라우 시장을 선출했다. 콜라우 시장은 중소기업 및 주민 세금 감세, 저소득층 지원, 1만5천명의 난민 수용 주택 건설 등을 공약했다. 바르셀로나의 시재정이라면, 이런 공약을 해도 균형재정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흑자재정을 규정한 유럽연합의 긴축정책 앞에서 콜라우 시정부는 남아도는 세수를 시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앙정부로 이관해야만 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 정부의 재무장관으로서 유럽연합의 긴축정책에 저항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카탈루냐의 이런 사정을 지적하며, 유럽연합이 새로운 주권 형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존의 국민국가 영역을 축소하면서 도시와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더 챙기는 새로운 주권 행사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주민밀착형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안보와 경제는 유럽연합이라는 초국가 체제가 기존 국민국가보다도 더 잘 대처할 수 있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기존의 국민국가 체제를 극복하려는 유럽통합 운동이다. 그렇다면 카탈루냐 사태나 다른 유럽의 분리독립 운동을 유럽에 새로운 차원의 주권 체제로 가는 길로 승화시켜야 한다. 현재 유럽연합과 기존 회원국 지도부는 카탈루냐 사태가 영국의 탈퇴로 취약해진 유럽연합을 더욱 흔드는 요인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카탈루냐 사태가 과거의 식민지 해방 투쟁 같은 사건으로 변하는 이유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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