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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장·취업

“변리사는 전문직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

등록 :2014-06-11 20:43수정 :2014-06-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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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이원일 변리사의 사무실 모습. 특허법인 사무실에는 보통 변리사 1명당 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한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가 있거나 어학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변리사를 도와 기술을 분석하고 외국의 특허 관련 사무를 처리한다.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이원일 변리사의 사무실 모습. 특허법인 사무실에는 보통 변리사 1명당 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한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가 있거나 어학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변리사를 도와 기술을 분석하고 외국의 특허 관련 사무를 처리한다.
[일터 l 직업의 세계]
새 기술로 꿈에 부푼 이들 찾아와
“우리 기업들도 좋은 특허 갖기 시작
외국 기업들한테 돈 받는 일 늘 것”
중간 규모 기업들 특허 소홀 아쉬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상대한다. 변호사는 죄를 지은 혐의를 받거나 억울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상대한다. 변리사는 이제 막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을 상대한다.

“전문직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 변리사라고 생각해요.”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이원일 변리사의 말이다.

이 변리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기술자가 하고 싶은 말을 특허를 다루는 판사나 공무원 등이 알아들을 수 있게 통역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변리사는 의뢰인을 대신해 그의 기술이 얼마나 독창적인 것인지 설명해 특허를 받아낸다. 같은 기술이라도 변리사의 실력과 노력에 따라 특허로 보호받는 권리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의뢰인의 특허가 다른 사람에 의해 침해당하거나, 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공격을 받으면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서 대응한다. 의뢰인의 특허를 다른 사람이 대가를 지급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주거나 매각하는 일도 변리사가 맡는다.

이런 일을 하려면 의뢰인의 기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변리사가 이공계 출신이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인 이 변리사도 서울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했다. 물론 대학 시절 공부한 지식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첨단 연구논문을 낑낑거리며 읽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특허를 내려는 의뢰인은 해당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는 기술자들이다. 그들이 변리사와 마주앉아 차근차근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개인교습 하듯 가르쳐준다. 이 변리사는 “첨단 기술을 개발한 최고 기술자한테 직접 설명을 듣는다”며 “일상적인 상담 업무가 곧 공부”라고 말했다.

변리사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소득에 대한 것이다. 연말마다 국세청은 ‘국세통계연보’를 발간하는데, 이 자료에서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전문직 사업자 가운데 수년째 부동의 매출 1위가 변리사다. 2013년 연보를 보면, 변리사의 평균 연간 매출액은 6억3500만원으로, 2위인 변호사(4억5200만원)를 가볍게 따돌렸다. 이 수치만 보면 변리사가 변호사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선 변리사의 수입은 사실상 100% 과세당국에 노출된다. 고객 대부분이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현금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일반적으로 변리사 1명당 평균 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한다.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기술자들이 변리사와 함께 기술을 검색하고 분석한다. 특허는 다국적 권리이기 때문에 어학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외국의 특허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번역한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장이나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용하는 직원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 변리사는 “어림짐작이지만 직원들에게 임금 주고 나서 변리사에게 실제로 돌아오는 평균 수입은 연간 1억원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에 대한 오해야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밥값이나 술값을 조금 더 내면서 약간의 질시를 감수하면 될 일이다. 변리사들이 정말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특허에 대한 대중의 오해다. 이 변리사는 “특허에 대한 오해가 많이 확산된 것 같다. 이른바 ‘특허괴물’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용하지도 않는 특허를 가지고 돈만 챙긴다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퍼졌다”고 말했다.

“삼성 같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중 어느 쪽에 특허가 더 의미가 있을까요?” 대기업이 독점하는 경제구조를 깰 수 있는 것은 혁신적 기술을 가진 기업이고, 그런 혁신적인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특허라는 게 이 변리사의 믿음이다. 벤처기업의 혁신적 기술이 특허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생산시설, 유통망, 브랜드파워 등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대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원은 특허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다. 벤처기업이 특허로 대기업으로부터 100억원씩 받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허괴물’(Patent Troll)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제시했다. 특허괴물은 특허관리 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y)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작은 회사와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끝까지 소송을 합니다. 보통 몇 년씩 소송이 이어지는데 어지간한 회사는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게 돼요. 하지만 자금력과 소송 대응 능력이 막강한 특허괴물을 상대로는 그렇게 못하죠.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가 제값을 받으려면 특허괴물이 필요합니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 기술만 개발하고 직접 생산은 하지 않는 기관들도 연구 성과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으려면 특허관리 전문회사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좋은 특허, 즉 최대한 폭넓은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특허를 얻기 위해서는 변리사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술을 검토해야 한다.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도 특허출원에 돈을 쓰는 데 인색하다. 미국의 기업들이 정보기술 특허 1건에 1만~2만달러를 쓰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그 10% 정도밖에 쓰지 않는다. 정부 출연 연구소도 1건당 100만원을 넘지 못한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니까 특허를 중시하고, 벤처기업들은 기술밖에 없으니까 특허를 중시해요. 제일 특허를 소홀히 하는 게 중간 규모 기업들이에요. 특허는 돈만 먹는다고 생각해요. 특허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거죠.”

삼성그룹은 애플과 특허분쟁에 얽히기 시작한 뒤 최근까지 변리사들을 200명 가까이 새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리사는 “기업간 특허분쟁이 빈발하는 만큼 변리사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우리나라 변리사들의 역할도 우리 기업들의 특허를 방어하는 ‘수비형’에서 특허를 이용해 돈을 버는 ‘공격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좋은 특허를 많이 갖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특허법인도 미국의 특허괴물과 손잡고 우리나라 기업의 특허로 외국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글·사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변리사가 되려면

1·2차 시험…해마다 200명씩 뽑아
변호사는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돼

변리사가 되려면 해마다 200명씩 뽑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매년 2월 치러지는 1차 시험의 필수과목은 산업재산권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 영어(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자연과학개론 과목은 고등학교 이과 수준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포함하기 때문에 문과 출신에게 상대적으로 어렵다. 1차 시험에 합격하면 2년 안에 2차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매년 7월 치러지는 2차 시험은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 등 3개의 필수과목과 1개의 선택과목으로 이뤄진다. 선택과목은 저작권법이나 디자인보호법 같은 문과 과목부터 유기화학, 반도체공학, 발효공학 등 세분화된 이과 전공과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19가지 과목 가운데 응시자가 선택하면 된다. 2차 시험에 합격하면 1년 동안 연수를 받고 대한변리사회에 등록하면 변리사로 일을 할 수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변리사 시험을 보지 않고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변리사 자격을 얻는다. 2013년 기준 통계청에 등록된 변리사는 모두 7207명이다. 이 가운데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변리사가 3013명, 변호사로서 변리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4194명이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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