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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중기·스타트업

공유와 연결로 일자리·지역혁신 두 토끼 노린다

등록 :2019-03-14 05:59수정 :2019-03-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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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
인구 줄고 일거리 없어 ‘소멸’ 위기 놓인 지역에서
혁신창업으로 기회 찾는 ‘당신의 과수원’·‘다자요’
빈집 재생 벤처 ‘다자요’의 첫 프로젝트인 ‘도순동 돌담집’ 1호점 빨간집. 제주/조혜정 수석연구원
빈집 재생 벤처 ‘다자요’의 첫 프로젝트인 ‘도순동 돌담집’ 1호점 빨간집. 제주/조혜정 수석연구원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일자리가 한꺼번에 대규모로 생길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로 접어든 지 오래다. 최근 20년 사이 역대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스타트업·벤처 창업을 장려하는 이유다. 특히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지역에선 활성화할 산업 자체가 마땅치 않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결합한 ‘혁신 창업’이 역설적으로 더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관행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지역혁신에도 기여하는 제주의 두 스타트업 ‘당신의 과수원’과 ‘다자요’를 둘러봤다.

과일나무 공유 서비스 ‘당신의 과수원’ 애월 농장 가족 나무에서 지난해 11월10일 직접 귤을 따고 있는 어린이. 당신의 과수원 제공
과일나무 공유 서비스 ‘당신의 과수원’ 애월 농장 가족 나무에서 지난해 11월10일 직접 귤을 따고 있는 어린이. 당신의 과수원 제공
가보고 싶은 마을에 ‘내 과일나무’가 생긴다면 “혼자 귤밭 1500평(약 5천㎡)을 가꾸는 게 처음엔 조용해서 좋았는데 갈수록 외로워지더라고요. 그런데 나무마다 회원들 이름과 소원이 적힌 팻말을 건 뒤부터는 쓸쓸하지가 않았어요,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것 같아서. 팻말을 보면 그 소원이 이뤄지길 저도 빌어주게 되고요. 귤밭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오시는 분들은 ‘내 나무’만 만지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아요. 그분들은 ‘내 나무’가 있는 곳이 새로운 연고지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동네에 관심과 애정도 생기더라고요.”

7일 오후 제주시 이도동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 사업 모델과 구상을 설명하는 오성훈(42) ‘당신의 과수원’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책을 만들던 편집·기획자 생활 8년을 접고 ‘제주 이민자’가 된 지 올해로 4년차, 그동안 귤 농부이자 과수원 플랫폼 스타트업의 대표가 돼 귤 수확을 두번 했다.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제주의 농촌 인구도 나날이 줄고 고령화도 심각하다. 게다가 몇년 동안 계속된 ‘제주 열풍’으로 적지 않은 땅이 외지인 소유로 바뀌었다. 농사지을 사람은 줄고 방치된 밭은 늘었다는 얘기다. 귤 농사를 결심한 오 대표는 기존의 농산물 시장이 ‘판로 개척’과 ‘배송 편의’에 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생산자와 농장, 그리고 소비자 사이에 ‘감성’을 연결해보고 싶었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많은 땅을 빌려 과일 농사를 지으면 마을에 활기가 돌고 땅 주인은 임대료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좋아하지 않을까? 그 땅 가운데 소비자가 원하는 지역의 과일나무를 공유하거나 반려나무를 만들어 찾아올 수 있게 하면, 안전한 먹을거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넘어 그 지역이 새로운 연고지가 되지 않을까? 여행도 자주 오고 마을의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당신의 과수원’의 귤나무에 달린 팻말. 회원의 이름과 소원이 적혀 있다. 당신의 과수원 제공
‘당신의 과수원’의 귤나무에 달린 팻말. 회원의 이름과 소원이 적혀 있다. 당신의 과수원 제공
‘당신의 과수원’은 그런 궁리 끝에 탄생했고, 오 대표의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과일나무 회원 150명, 직거래 회원 1500명을 별다른 홍보 없이 에스엔에스(SNS)로만 모집했는데도 금세 찼다. ‘내 나무 잘 있냐’고 문자메시지로 물어보는 회원이 적지 않았고, 30% 가까운 회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직접 귤밭을 찾아오기도 했다. 돈을 내면 1년 내내 잊어버리고 있다가 수확철에 농산물을 받아보고서야 기억하는 기존 농장과는 조금 달랐다. 귤뿐만 아니라 제주의 봄과 여름을 느낄 수 있는 풋귤과 감귤꽃꿀이 공유 상품에 포함된 것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그렇게 애월읍 한곳이었던 귤밭은 조천읍(직영), 서귀포시·한림·남원읍(협력농장) 등 5곳으로 늘었고, 혼자였던 회사 식구도 다음달이면 4명이 된다. 센터의 1기 시드머니 투자기업에 선정돼 3천만원, 엔젤투자 매칭펀드로 6천만원을 투자받았고, 제주관광공사와 제주소셜벤처 지원사업(낭그늘 프로젝트) 등에서도 지원금을 받았다. 최근엔 기업 투자 문의와 다른 작물 농장의 협력 문의도 잇따른다. 별스럽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해보자”고 생각한 오 대표로선 가능성이 보이는 성과다. 올해는 귤밭 규모가 커진 만큼 회원 모집 형식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바꾸고 회원 수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기존처럼 팻말을 달아주는 귤나무 회원(1천명)뿐만 아니라 귤밭 자체를 공유하는 과수원 회원(1만명)도 모집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오 대표는 농부와 땅을 이어주는 사업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 농사는 짓고 싶지만 땅을 빌릴 여력이 없는 사람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귤밭을 보러 온 회원들과 이들이 묵을 만한 마을의 숙박시설을 연결해줄 계획도 갖고 있다. 오 대표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살리기, 나아가 농업 절벽에 지역의 힘으로 대응해보겠다는 제 나름의 시도”라며 “두 아이에게 아빠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당신의 과수원’ 애월 농장에서 가족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회원가족들. 당신의 과수원 제공
2017년 8월 ’당신의 과수원’ 애월 농장에서 가족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회원가족들. 당신의 과수원 제공
동네 정취 고스란히 품은 시골집에서의 하룻밤 서귀포시 도순동은 유명한 관광지도, 올레 코스가 지나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현무암 돌담과 올레(제주 전통 가옥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거리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가 잘 보존돼 있어 ‘제주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이곳에서 ‘수상한’ 프로젝트가 진행된 건 2년 전부터다. 애초 남성준(45) ‘다자요’ 대표는 20년 가까운 서울살이를 접고 제주로 귀향하면서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중개 사업을 할 생각이었다. 시골집을 체험해보고 싶은 여행자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 사업이 진도가 나가지를 않았다. 때마침 학교 후배의 아버지가 서씨 집성촌인 도순동에 지은 지 100년 넘은 빈집 두채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릎을 쳤다. ‘숙박 중개가 안 되면, 내가 빈집을 고쳐 숙박시설을 제공하자!’

‘도순동 돌담집’ 입구. 거리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올레가 제대로 복원됐고, 바닥엔 화산송이까지 깔려 제주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제주/조혜정 수석연구원
‘도순동 돌담집’ 입구. 거리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올레가 제대로 복원됐고, 바닥엔 화산송이까지 깔려 제주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제주/조혜정 수석연구원
후배 아버지에게,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주는 대신 10년 동안 공짜로 집을 빌려달라고 설득했다. 처음엔 마뜩잖아하던 어르신도, 당장 이용하기도 불편하고 버려지다시피 한 집의 가치를 올려주겠다는 말에 마음을 움직였다. 집 한채에 1억원 넘게 드는 리모델링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했다. 정책금리와 비슷한 이자 3%를 보고 빈집 재생에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2017년 8월 한달 동안 진행한 펀딩이 목표 금액 2억원을 가뿐히 달성한 것이다. 이 돈으로 고친 ‘도순돌담집’ 2채는 지난해 4월 영업을 시작해 6달 동안 손님 513명이 머물렀고 순매출은 3300만원을 넘겼다. 여기엔 앞치마와 구급약까지 갖춰둘 정도로 이용자를 생각한 인테리어와 소품 구비도 한몫을 했다.

도순동 돌담집 2호점 파란집 내부. 앞치마까지 구비돼 있는 등 여행자가 묵어가기에 불편함 없이 준비돼 있다. 제주/조혜정 수석연구원
도순동 돌담집 2호점 파란집 내부. 앞치마까지 구비돼 있는 등 여행자가 묵어가기에 불편함 없이 준비돼 있다. 제주/조혜정 수석연구원
도순돌담집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자요’엔 투자와 빈집 재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다자요’가 크라우드 펀딩과 벤처 캐피털, 개인투자자 등을 통해 받은 투자는 지금까지 8억원이 넘는다. 빈집 재생의 경우엔 제주에서만 60여채, 전북 무주 등에서 10여채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경남과 경기의 몇몇 기초자치단체에선 아예 한 마을 전체의 재생 사업을 위탁하고 싶다는 제안도 했다. 전국의 빈집이 125만채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남 대표는 “먹고살려고 떠올린 아이디어가 최근의 여행 트렌드, 집 소유자의 부동산 가치 상승 기대와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버려진 집을 재생해 마을에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사회적인 의미가 더해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빈집과 여행자, 투자자를 연결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신진 건축가까지 연결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손볼 집이 확 늘어났으니 일할 곳을 찾는 신진 건축가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기준으로 ‘다자요’가 리모델링할 수 있는 빈집이 70여개다. 건축가는 그중 자기가 할 수 있는 곳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계획을 내고 투자자는 자기가 원하는 집과 건축가를 골라 투자하는 플랫폼을 만들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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