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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헤리리뷰

“기존 질서 무너져 내리는 중...공공성 강화로 대전환해야 할 때”

등록 :2020-04-06 10:40수정 :2020-04-07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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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사회 <코로나19 이후> 좌담회
전병유 “외환위기 이후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요구 해결되지 않아...유럽 복지 국가 모델 넘어서야”
신영전 ”백신과 치료제가 해결할 것이라는 신화 깨야...과학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 절실해”
서복경 “기존의 노동 윤리 규범에 지진 발생...다양한 정책 실험 모색할 때”
신진욱 “낙수효과 등 기업 중심의 익숙한 해법 경계해야...공공 영역 확대로 사회적 안전 확보 ”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로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에 대한 좌담회 열려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 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로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에 대한 좌담회 열려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 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감염병 대유행은 과학과 대자본의 영리적 결합에 따른 생태파괴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치료약과 백신만 나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생태학적 경계를 확장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의 실체를 점검하고 향후 전망과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유강문)이 마련한 긴급좌담회에서 신영전 한양대 교수(예방의학)가 한 말이다. 토론회는 지난 2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신 교수 외에도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정치학),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 전병유 한신대 교수(노동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통찰력있는 담론을 제시해온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국가의 공적 역할을 강화해 사회적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구조적 대붕괴 진행중

사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신영전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해 소위 선진국들이 방역에 실패한 이유는 과거의 방식, 즉 감기나 인플루엔자에 준해 대처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위기에는 새롭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적극적으로 대처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영역이 많다. 지금 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너무 적다는 것, 그래서 위기의 크기와 여파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병유 이번 위기의 핵심이 불확실성이라는 점에 동감한다. 위기를 넘기더라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신진욱 작금의 이 위기가 가져올 파장이 어느 수준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화는 활발한 이동, 접촉, 융합으로 특징되는데, 바이러스로 인해 경계와 차단, 통제와 규제가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감염병의 위기를 넘긴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기존과 다른 형태의 세계화, 즉 물리적 요인 대신, 디지털화, 정보사회, 4차산업혁명 등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서복경 직감적으로는 총체적 붕괴 상태다. 세계 정치경제질서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의 체제는 자유무역과 집단안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왔는데 이게 깨지고 있다. 자유무역은 자유로운 이동, 특히 사람의 이동을 전제로 하는데, 지금은 이동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황으로 변했다. 집단안보는 패권국이 역할을 해줘야 기능하는데, 미국과 유럽이 각자 도생하고 있고 독일이 유럽연합을 주도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되면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UN),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번 상황에서 거의 무능했다. 얼마전 개최된 주요 20개국(G20)회의에서 참여한 정상들이 이 사태에 대해 아무런 기준도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자체가 무너진 상태다. 대전환은 아직 안 일어났지만 대붕괴는 진행되는 듯하다.

신진욱 위기의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어느 것도 단언하기 어렵지만 어떤 면에서 기존 질서의 해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국제관계에서도 미국과 서유럽 등 ‘서구’라 불리던 리더십 구조가 깨지고 있다. 이 국가들이 지금의 지구적 위기에 대해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를 챙기는 데도 완전히 실패했다. 오히려 한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려 한다. 이제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신영전 문제의식은 동의한다. 그러나 집단에 따라 현재 위기 상태에 대한 체감 정도는 다른 것 같다. 한국도 홍대 주변에 가보면 즐기려는 젊은 층으로 붐빈다. 학자들이나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절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적은 듯하다. 또한 재난이라고 해도 자신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재난에 대한 체감이 정점에 오르지도 않았고 편차도 크다.

신진욱 말씀하신대로 한국은 절박한 분위기는 아니다. 어느 정도 통제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비슷한 경제수준의 많은 다른 나라들을 보면 거의 패닉이다.

사회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가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있는데, 그 파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병유 위기가 오면 공포지수가 올라가는데 경제학자들은 좀 냉정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번은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코로나가 몇 년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지속적인 경제위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가 소득수준이 높고 글로벌화가 많이 진행된 나라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어 개방경제인 한국에는 큰 타격이다. 기존 위기와는 좀 다른 것이, 과거에는 경제 내부에서 기인한 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전적으로 외부에서 발생한 위기, 외생적 위기다. 기존과 성격도 다르고 전개되는 방향도 다른, 경험하지 못한 위기다. 감염병에 대한 통제와 경제가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 감염을 통제하다 보면 경제가 나빠지고 경제가 좋아지면 감염이 다시 올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양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감염병 통제에는 성공했지만 정상상태로 가는 것에 대한 전략이 없어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당장은 서비스업 부문과 취약계층에게 큰 타격이 오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부족에 따른 장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 교수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 교수
서복경 4-5월이 되면 식량 대란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식량 주권, 식량 민족주의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물류 이동이 차단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1차 산업 중심의 자원민족주의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는 위기가 잡힌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각 나라들이 식량과 자원을 아끼려 할거다

민주주의적 역동성이 방역 성공의 요인

사회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에서 한국이 세계의 모범으로 부상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신영전 보건 전문가들은 운이 좋았다고들 말한다. 우리나라의 방역도 50점 정도인데 다른 나라가 30점이라 높게 평가되고 있다. 물론 사스와 메르스 사태의 경험과 공중보건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의 결과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투명하게 의사소통한 요인이 크다고 본다. 과학기술 수준이 뛰어나서는 아니다. 묻고 싶은 것은 사재기도 없고 지하철역의 손세정제가 도난당하는 일도 없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이다. 투명성과 빠른 정보 요구, 이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반응이라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역동성 말고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국민들은 정부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걸 믿기에 사재기를 안하고, 또 사재기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시민의식이 올라가는 것 같다.

전병유 지금 방역 통제에 성공한 나라들로 한국 외에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을 꼽는데, 대체로 중앙집권적 나라다. 행정능력과 정보화도 중요한 요인인 듯하다.

서복경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신뢰할만했다고 본다. 한 명도 안버리고 끝까지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진단이 필요한 사람은 물론 원하는 사람까지 해주고, 마스크도 충분히 주고, 병상도 확보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치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사재기도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일부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이자 시장논리에 가까운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희생되어야 하는가로 관심이 집중되고 약자일수록 자구책을 구하는 데 몰입하게 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신진욱 젊은 민주주의, 젊은 복지국가의 생기가 정부를 압박한 결과라고 본다. 탄핵과 촛불로 수립한 정부인데, 잘못 대응하면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제도정치와 유권자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있어서, 정부에 대해 시민사회가 강하게 압박하고 정부 역시 그런 정치 환경에서 선제적으로 상황에 반응한 결과가 아닌가라고 본다.

새로운 위기 국면, 낡은 대응을 경계해야

사회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전병유 감염위기가 단기에 끝날지, 장기화될지에 따라 대응이 다른데 예측이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당장 어려움에 처한 영역을 돕는 정책, 즉 미시적인 타켓형 정책으로 가야할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이 큰 서비스업, 소상공인, 저소득층 등에게 필수 서비스나 공공서비스 관련 지원, 즉 전기료, 사회보험료, 임대료 감면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은 미진한 감이 있다. 아직까지는 타겟형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위축이 올 것이다.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경기부양 의미를 갖는 정책과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신영전 필요한 집단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이 효과를 거두려면 우선 어떤 취약계층도 빼놓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정교한 파악과 모니터링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다소 회의적이다.

신진욱 가장 긴급한 곳에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타겟을 특정하기 어렵다. 산업화 시기의 불평등 구조는 비교적 단순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전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감염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될 것 같은 집단과 경제적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은 감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집단들이지만 경제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다르다. 또한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집단도 있다. 그래서 중장기로 갈수록 누가 취약계층인지 획일적으로 규정하기 힘들고 지원의 보편성 리가 중요해질 것 같다.

전병유 경제학적으로는 확률이 계산이 안되면 불확실성이고 가능하면 위험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당장 감염 방역 대책을 위한 빅데이터는 사용하고 있지만 감염상황 전체에 대해서는 분석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서구 유럽, 스웨덴은 확률 기반으로 간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다.

신영전 코로나 이후 많은 변화를 기대하지만 더 나빠지거나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고용을 보장할 경우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면 영세한 자영업의 경우는 이미 다 해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그 혜택은 안정적인 자영업자나 대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신진욱 지금과 같은 새로운 위기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쟁점이 형성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의 역할, 공적 자원의 우선순위라는 쟁점이다. 낙수효과, 즉 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을 해야 국민이 살 것이라는 논의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서 기업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신영전 얼마전 박노자 선생이 칼럼에서 이번 코로나19사태로 ‘미국, 시장, 선진국이라는 신화’가 깨지고 있다고 쓰셨다. 그런데 꼭 깨져야 할 ‘과학의 신화’는 여전히 견고하다. 현재의 감염병 대유행은 과학과 대자본의 영리적 결합에 따른 생태파괴애서 비롯된 것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과학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치료약과 백신만 나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시민사회와 인간의 역할은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다. 과학 부문에서 시민적 통제, 생태학적 통제 가능성을 키우지 않는다면 아주 비관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사스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던 건 기술적으로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바이러스의 잦은 변종화로 인해 영리를 추구하는 자본이 이윤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크다. 과학과 자본의 영리적 결합을 그대로 나둔 채 효과적인 감염병의 유행과 대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지금은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

서복경 공공정책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또 새로운 노동규범을 만들어가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법에는 아프면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재로는 아파도 일하러 가야 했다. 지금은 ‘아프면 일하러 가면 안 된다. 일하러 가면 큰일 난다’고 말하고 있다. 견고했던 노동윤리 개념에 지진이 난 것이다. 양육, 돈벌이 등을 포함해 사람들의 윤리규범이나 인식도 변화할 수 있다.

신영전 지그문트 바우만이 <새로운 빈곤>에서 인용한 것처럼 “집단적 궁핍화에 대해 유일하게 긍정적인 대안은 ’집단적인 자발적 소박함’이다. 이와 함께 ‘공생적 온존’(symbiotic wellbeing), 즉 생태학적 경계를 인간중심에서 생태까지 확장하는 것이 답이라고 본다. 대형 참사와 재난은 일국적 대응으로 끝날 수 없다. 올바른 규범과 정치적 리더십을 가진 민주적 세계정부, 일국적 체제를 넘는 지도체제 구축 또한 핵심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전병유 이탈리아나 영국의 경우 공공영역의 비중이 높은데도 뚫렸다. 공공 부문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적 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할 지도 중요하다.

신영전 제일 나쁘고 위험한 시나리오는 공공병원 확대 대신 민간병원의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논리로 가는 것이다. 현재 민간병원의 절반 정도가 비영리 법인이다. 공적 운영을 전제로 법인세를 제외한 아홉 종류의 세금이 면제된다. 그런데 이 재난 상황에서 이른바 ‘빅5’라 불리는 대형병원들은 어떤 공적 역할을 했나? 만약 민간 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려 한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시에 공공적 목적을 위해 병실의 상당부분을 비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공공 보건의료 부문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신진욱 개인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더라도 감염병 예방이 불가능한 현재와 같은 상황이야말로 공공영역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보편적 연대가 나와 내 가족을 살린다는 걸 집단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사회적 안전이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을 보편적으로 지원하고 그 기초 위에서 더 위험한 집단을 특정해서 지원하는 다층적 방식이다. 평상의 시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어렵지만 지금은 좀 더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봐야 할 상황이다.

서복경 그래서 올해가 중요하고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도 예산에 이러한 정책실험들을 도입해야 한다.

전병유 정부가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사실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미국과 유럽이 망가지고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술경제관료들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 대응을 어떻게 할 지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신영전 지난 3월 31일에 385개 시민, 노동, 종교단체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모였다. 이게 중요한 이유가 이 위기는 정부 재정과 행정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고, 자칫 독단으로 빠질 수 있으며, 비제도권 하의 약자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연대체를 구성해 정부를 지지할 건 지지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강점인 ‘역동적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상황실을 두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호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직접 모니터링도 하는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전병유 위기 이후에는 적자생존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 위기야말로 공공성 확대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에 대해 20년간 이야기 했는데 해결된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누가 할 것인가가 문제다. 시민사회도 위태롭고, 학계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권, 관료집단 등에서 돌파구가 생길 것 같지도 않다. 새로운 실험을 위한 혁신, 기획이 많이 필요하다. 공공성을 높이는 게 꼭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로 가자는 건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주체가 절실하다.

진행 및 정리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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