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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새로운 사회 향한 상상과 실천, 사회적경제기본법으로 북돋워야

등록 :2020-12-18 09:59수정 :2020-12-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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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김진아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온 사회적 경제 3법(사회적 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중에서도 ‘모법’이자 ‘근거법’ 역할을 하는 핵심 법률이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각각 세 건이 발의됐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강병원, 김영배, 양경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여당이 책임을 지고 이번에는 꼭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공동으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각계의 주장을 담은 기고를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는 생명·협동운동에 대한 청년세대의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2019년부터 청년다양성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공부를 시작으로 노동, 사회안전망으로 주제를 넓혀 상호학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는 생명·협동운동에 대한 청년세대의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2019년부터 청년다양성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공부를 시작으로 노동, 사회안전망으로 주제를 넓혀 상호학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스무살이 된 해, 대학생이 되었다는 기쁨과 자유로움보다도 당장 직면하게 된 삶의 문제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등록금, 교재비, 교통비, 식비 등 대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돈이 필요했다. 그나마 통학이 가능한 지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나는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혼자 감당했던 친구들은 학업에 열중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던 중 ‘대학생활협동조합’을 만났다. 대학 안에서 협동의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경쟁에 익숙했던 나는 협동의 방식으로 주변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낯설고 신기했다. 개인이 능동적 주체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나의 필요를 우리의 필요로 만들고, 우리의 필요를 모두를 위한 것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대학생협에서 활동을 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도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 주택의 모델을 제시하는 민달팽이 협동조합, 대학생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조 금융협동조합인 키다리은행, 민주적 공론장의 다양한 플랫폼을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 세상의 농업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농업을 하겠다는 의지로 농사를 시작한 한살림 등 다양한 청년 조직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마주했다. 그들은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경쟁이 아닌 협동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위한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대학생활협동조합 매장 운영으로 나온 수익으로 자취를 하는 학생 조합원들에게 식품 꾸러미를 나누는 ‘콩세알 프로젝트’ 대학생활협동조합의 콩세알 프로젝트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인다는 사실에 주목해 2018년 만들어졌다.
대학생활협동조합 매장 운영으로 나온 수익으로 자취를 하는 학생 조합원들에게 식품 꾸러미를 나누는 ‘콩세알 프로젝트’ 대학생활협동조합의 콩세알 프로젝트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인다는 사실에 주목해 2018년 만들어졌다.
사회적 경제로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상상하는 이들도 만났다. 종속된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세상을 꿈꾸는 청년, 이윤 추구를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식생활에서 벗어나 환경과 모든 생명을 고려하는 탈육식 사회를 꿈꾸는 청년까지. 효율성이 최우선 가치로 여겨진 기존의 방식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사회적 경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상상력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장이었다. 이들에게 삶의 현장은 획일화된 정체성만을 강요하는 현재 모습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실천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새로운 이름으로 정의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우리는 이미 수많은 절망과 좌절을 마주했다. 경쟁과 무조건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 우리의 삶이 파괴될 때, 우리 사회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성세대가 실패한 방법을 우리에게도 똑같이 강요해서는 안 된다. 대안 경제로 등장한 사회적 경제의 주류화,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사람 중심 경제’, ‘공정경제’를 실현하겠다던 정치권이 만일 사회적 경제 영역의 입법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 구호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미래 세대의 의지를 외면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에 종속된 삶을 강요받았던 이들이 온전한 주체로서 살고자 하는 의지이며, 경쟁이 아닌 협력의 관계로, 시혜가 아닌 호혜의 가치로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적 실천이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누구나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 지형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로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청년들의 활동이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진아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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