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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시민건물주’ 쉬워지려면…영국 ‘공동체 우선 입찰권’ 검토해볼만

등록 :2020-06-08 09:30수정 :2020-07-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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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자산화 현황과 과제

‘둥지내몰림’ 위기 해빗투게더
시민 펀딩으로 건물 매입 모색
사회적 금융 지원 강화도 필요
시민자산화를 위한 펀딩 시작을 알리는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의 안내문. 펀딩은 이달 21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된다.
시민자산화를 위한 펀딩 시작을 알리는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의 안내문. 펀딩은 이달 21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된다.

시민들이 토지나 건물 같은 지역 자산을 인수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시민자산화’는 기본적으로 공간에서 비롯된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다. 공간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과 인구 감소로 인한 공동화(침체)가 그것이다. 동네가 활성화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반대로 침체되면 빈집이 늘어 동네의 활력이 떨어진다.

전남 목포의 ‘건맥 1897 협동조합’(▶관련기사: 주인이 100명인 마을펍…‘시민자산화’로 직진)이 시민자산화를 추진한 동기가 침체된 원도심의 활성화에 있다면, 서울 마포의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법으로 시민자산화를 시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해빗투게더’(Have It Together)는 마을 카페를 운영하는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 홍대 앞 문화예술인 모임인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세 협동조합을 하나로 묶어세운 건 동병상련의 경험이다. 홍대 앞, 연남동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기승을 부리는 마포 지역에서, 치솟는 임대료 탓에 위태롭게 삶의 터전을 지켜오던 이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시민건물주 되기’이다. 셋이 힘을 합쳐 “월세 걱정 없이, 쫓겨날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들 마음껏 할 수 있게” 마포에 건물을 마련해보겠다는 얘기다.

세 협동조합이 시민자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2018년 12월 설립한 해빗투게더는 지금까지 조합원 출자금으로 6천여만원을 모은 데 이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오마이컴퍼니에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해빗투게더 박영민 이사는 “조합원 출자와 시민 펀딩을 통해 좀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는 시민자산화를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 광진주민연대의 ‘공유공간 나눔’이나 대구 동구 안심마을의 협동조합 ‘공터’도 입주 단체들이 임대료 상승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건물을 매입했다는 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해 시민자산화를 추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건맥 협동조합처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이 시민자산화에 나선 사례로는 충남 서천의 사회적기업 ‘자이엔트’(빈 건물을 활용한 공유주택), 경기도 시흥의 소셜벤처 ‘빌드’(도시재생) 등을 들 수 있다. 경기도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민자산화를 추진 중이다.

시민자산화가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법·제도적 뒷받침과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법·제도와 관련해선 영국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8월 펴낸 ‘경제 활성화 위한 사회적 자산 활용 방향’ 보고서를 보면, 영국은 정부와 민간이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지역사회 조직이 활용하는 ‘사회적 자산화’를 지원하기 위해 ‘공동체 자산 이전’과 ‘공동체 우선 입찰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체 자산 이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공시가격 이하로 공동체 조직에 장기 임대해주는 제도다. ‘공동체 우선 입찰권’ 제도는 민간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소유주가 매매 의사가 있는 경우 공동체 조직에 우선 매입 권한을 주는 것을 말한다. 공동체 우선 입찰권은 지방정부의 ‘공동체 자산 목록’에 등록된 부동산에 한해서만 행사할 수 있는데, 주민들은 지역의 상점, 펍 등 민간 소유 부동산을 공동체 자산으로 지정해줄 것을 지방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 영국 최초의 공동체 소유 펍인 ‘아이비 하우스’도 이 제도를 통해 시민자산화에 성공했다.

시민자산화를 위해선 주민들이 부동산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더욱이 민주적 소유구조를 지향하는 시민자산화의 특성상 초기 자본을 마련할 때 특정 개인이나 단체한테서 대규모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 시민자산화에 사회적 금융이 필요한 이유다. 건맥 협동조합의 시민자산화에 소셜 펀딩과 연계한 ‘매칭 대출’(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나 소셜 펀딩 대출 이자 지원(새마을금고)과 같은 사회적 금융 프로그램이 이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시민자산화 사업에 조합원으로 참여해 9000만원의 출자금을 납입하기도 했다. 연대기금 쪽은 “사회적 성과 사업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이자로 납부하는 새로운 사회적 금융 지원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연대기금의 김이준수 매니저는 “시민자산화는 ‘커먼즈’(코먼스)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금융이 시민자산화의 좋은 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금융기관은 물론 정책금융을 다루는 공공기관마저 융자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자기자본 비율을 요구하는 등 시민자산화 사업과 사회적 경제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전은호 목포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기관이 사회적 가치보다 비즈니스 측면을 더 중시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공동체 가치와 소셜 임팩트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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