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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코로나 직격탄 맞았지만…이탈리아 협동조합, 나눔 본색 ‘뿜뿜’

등록 :2020-05-04 16:09수정 :2020-05-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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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코로나 대응
택시협동조합은 노인에 무료 교통서비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식료품 무료 배달
코로나로 무너진 공공서비스 빈틈 메꿔
미·영서도 고용안정, 공급안정화 등 온힘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소비자생활협동조합’(Coop Lombardia)은 슈퍼마켓24와 협력해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배달하고 있다. 사진은 ‘롬바르디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누리집 첫 화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소비자생활협동조합’(Coop Lombardia)은 슈퍼마켓24와 협력해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배달하고 있다. 사진은 ‘롬바르디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누리집 첫 화면.

2000년 이후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는 국가적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급한 불씨를 잡고 뒷정리에 나서는 소방수이자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협력, 연대, 공생의 가치를 통해 국력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부터 2년간 금융위기를 겪었다. 외화 부채가 빌미가 돼 25%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10%가 넘는 역성장을 경험했다. 기업의 줄도산을 막은 구원투수는 피켓 라인 시위대로 불리는 ‘피케 테로(piqueteros)’와 공장과 기업을 인수한 노동자 협동조합이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위원회도 기업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했다.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사회적경제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07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존스턴 버첼(Johnston Birchall) 영국 스털링대학교 교수는 2009년 ‘위기 시 협동조합 비즈니스 모델의 복원력’(Resilience of the Cooperative Business Model in Times of Crisis)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협동조합 모델을 제시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야기한 불안에 맞서 고용 안정과 매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다는 비기를 공개했다. 3년 후, 영국 정부가 발간한 ‘영국 협동조합경제 2012'(The UK co-operative economy 2012)는 버첼 교수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전체 영국경제가 2008년 -1.1%, 2009년 -4.4%, 2010년 2.1% 성장할 때 협동조합은 각각 5.4%, 9.2%, 7.7% 성장한 바 있다. 경제 위기뿐만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 에이즈(AIDS)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아프리카 지역에도 사회적경제 방법론은 큰 시사점을 제공했다.

최근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 19가 야기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사회적경제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코로나 19 위기는 공공 보건의료 체계 붕괴에서 시작해 사회·경제적 위기로 확산하는 이른바 복합 위기 양상을 띠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다. 실시간 통계 전문 웹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0meter)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이탈리아 코로나 19 확진자는 유럽 국가 가운데 스페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스페인보다 많다. 문제는 이들 확진자가 북부 롬바르디아, 베네토 등 5개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이 지역의 경제 규모는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0.6%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해당 지역 내 밀라노, 베니스 등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국내 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관광업과 제조업이 발달한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충격은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다.

지난 3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협동조합연합회 가운데 하나인 레가코프(Legacoop) 대외 홍보담당 임원(Chief of Legacoop Press and Communication Office) 마시모 토그노니(Massimo Tognoni)는 국제노동기구에 보낸 기고문에서 코로나 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이탈리아에서만 약 26만 5천명의 협동조합 일자리가 이미 없어졌거나 향후 위험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어르신과 장애인을 돌보는 주간보호센터가 문을 닫고 방문 교육과 재가 서비스 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적협동조합 일자리 20여 만개가 위기에 처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급식 및 청소 서비스 일자리 2만6000개, 여행, 이벤트, 문화, 스포츠 관련 협동조합 종사자 2만1000명, 물류·운송 분야 협동조합 일자리 1만8000여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역시 이번 코로나 19 충격에서 비껴가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한 셈이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19에 대응해 지역사회 내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되살리려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무너진 공공 서비스를 복원하기 위한 작은 실천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롬바르디아 지역 택시협동조합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롬바르디아 소비자생활협동조합’(Coop Lombardia)은 슈퍼마켓24와 협력해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배달하고 있다.

롬바르디아 지역에서도 그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베르가모 지역에서는 학교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교육 서비스 복원이 시도되고 있다. 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인 ‘이미베르그’(Imiberg)가 주인공이다. 원격 교육 시행에 맞춰 20개 고등학교 정규 수업을 온라인으로 제작해 코롼시행 중이다. 볼로냐의 ‘카디아이’(Cadiai) 사회적협동조합은 요양보호센터에서 일시 중단된 대면방문을 대체하기 위해 어르신들이 스카이프를 통해 친척들을 만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같이 코로나 19 위기에 처해 있는 유럽과 미국 역시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활용해 고용 안정, 공급망 안정, 지역사회 기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아웃도어 전문 협동조합 ‘알이아이’(REI: Recreational Equipment, Inc)는 질병으로 결근하거나 아픈 가족을 돌보는 근로자가 부당한 금전적 피해를 받지 않도록 유급 휴가 정책을 수정했다. FC 바르셀로나는 직장폐쇄 기간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줄지 않도록 고임금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 삭감을 결정했다. 영국의 ‘코업’(Coop Group)은 급증하는 소매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시작했고, 영국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미드카운티즈’(Midcounties)는 현장 근로자들이 중단없이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부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공공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운영·유지하고 있다.

공급망을 안정화해 재택근무를 비롯한 비대면 활동의 확대로 급증한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려는 사회적경제 기업도 있다. 소매점에서 팔고 남은 식품을 거둬 자선 단체에 나눠주는 아일랜드의 사회적기업 ‘푸드클라우드’(Foodcloud)는 직원들의 재택근무 증가와 소매점의 식품 사재기에 대응해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한편, 소매점이 아니라 남는 식품을 나눠주려는 집을 직접 방문해 수거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급증하는 조합원의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 배치된 인력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 19로 위기에 빠진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지역사회 기여 사례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한국의 아이쿱협동조합과 일본 전농(全農)의 조합원들은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프랑스 노동자협동조합 ‘유피’(Groupe Up)는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식사 쿠폰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19 위기는 이전 위기와 마찬가지로 급격한 사회·경제적 개편 과정을 거쳐 수많은 취약계층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은 사회 전반에 고르지 않게 분배되어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최근 마우로 루세티(Mauro Lusetti) 레가코프 대표는 “협동조합 특히 사회적협동조합은 코로나 19 위기 이전부터 이미 취약했던 이들의 삶을 지키고 보호하는 오로지 한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규정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사회적경제 이해관계자들이 한 번쯤은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장 tjwory0529@naver.com

▶관련기사 : “협동조합 가치, 위기 때 더 빛나…코로나 해법도 연대·협력에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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