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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현장의 요청에 언제든 달려간 사회적 경제 전도사였죠”

등록 :2020-04-19 18:42수정 :2020-04-20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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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사회적 경제 이론과 실제’ 내
‘사회적 경제' 개념·담론 국내 첫 소개
“실천과 현장 놓지 않은 연구자의 삶
강의 접하지 않은 활동가 거의 없어”

“꿈꾸기 멈추지 않은 어린왕자였죠”
[가신이의 발자취] 장원봉 박사를 기리며

고 장원봉 박사. 사진 사회투자지원재단 제공
고 장원봉 박사. 사진 사회투자지원재단 제공

17일 세상을 뜬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를 처음 봤던 99년 고인은 경기 성남에서 건설노동자들의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면서 논문을 쓰고 있었다. 그는 도서관과 현장을 오가며 논문을 썼다. 이런 모습은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하던 많은 사람들의 곁을 떠나던 순간까지 한결같았다.

많은 현장 활동가들과 주민들, 그리고 연구자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빈소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다시금 그가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연구와 실천을 통합하며 온몸으로 살아왔는지 확인한다. 그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저서가 된 <사회적 경제의 이론과 실제>(2006)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과 담론을 주제로 발표된 첫 번째 논문이며, 연구와 실천의 통합을 추구해 온 고인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는 책이다.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논문 ‘사회적 경제의 대안적 개념구성에 대한 연구’(2005)를 보완해 이 책을 펴냈다. 몇 년 전부터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동안 발전시킨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두 번째 책을 쓰고 싶다던 그의 이야기가 필자에겐 너무나 큰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가운데 하나는 ‘고백’이다. 그는 고백하였고, 그 고백을 믿었고, 고백을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였다. 자신의 고백에 충실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고백이 상대의 진심과 만날 수 있다는 진실을 믿었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만이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과 공무원들에게도 고백하였고 그들과 동지적 관계를 만들어 갔다. 나는 그 고백의 밑바닥에 사람을 향한 그의 믿음과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가 우리에게 남겨 놓은 가장 귀한 선물도 동지들이다.

그에겐 별칭이 둘 있었다. ‘어린 왕자’와 ‘까칠이’다. 나는 두 별칭에서 그의 치열함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대학시절부터 ‘어린왕자’로 불리곤 했던 그는 마음 깊은 순수의 자리에서 타오르는 꿈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살았다. 그 꿈을 외면하고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내내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그의 까칠함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그의 대답에 묻어있던 외로움을 잊지 못한다. “그건 제가 약해서 그래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를 지킬 수 없었을 것 같아서...’

내 기억에 그는 자신의 활동과 일만큼 가족과 가정을 소중하게 지켜온 ‘사랑의 사람’이었다. 그는 술자리에서도 종종 휴대폰에 있는 아내와 아들의 사진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내게 보여주었다.

장원봉, 51세, 그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을 더듬는 글을 마무리하며 나에게, 그리고 함께하였던 동료들에게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사회적 경제가 단지 경제조직이나 사업활동이 아니라 대안적인 사회 원리로 정착되기를 소망하며 현장을 누볐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활동가 중 이런 그의 글이나 강의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 안팎에선 “질문할 스승, 견결한 동지이자 벗을 잃었다”고 애통해하며, “그의 열정과 뜻을 잊지 않겠다”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자신을 아끼지 않고 달려갔고, 명확하게 자기 생각을 말해 주면서도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끝까지 애를 쓴 사람이다. 장원봉, 그는 비겁해지는, 무감해지는, 완고해지는 ‘우리들의 마음을 습격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깨어나게 하는 사람’이었다.

지구별에 와서 까칠한 어린 왕자 장원봉을 만난 것에 깊이 감사한다. 그가 떠난 지구별이 내게는 한동안은 너무 허전할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선물 같은 동지들 속에서 그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랑하는 장 박사, 또 만나자!

김홍일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성공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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