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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등록 :2019-12-24 17:13수정 :2019-12-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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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경영평가 톺아보기
여성 유리천장 깨는 노력에 사회통합 최고등급 부여
높은 평가 못 받던 평소의 노력이 새롭게 조명되기도
본업과 연계해 아이디어 실현한 기관 좋은 평가받아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실현이 중요하게 반영됨에 따라 올 한해도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19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포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실현이 중요하게 반영됨에 따라 올 한해도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19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포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여성관리자 비율 5%, 여성 인력 비율 25%.

인천항을 관리하는 공기업인 인천항만공사의 2018년 여성 고용 성적표다. 결과만 놓고 보면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낮은 여성관리자 비율이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2019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남녀근로자 현황 분석보고서>에 담긴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평균 비율인 18.8%보다도 훨씬 낮다. 하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항만·물류업 특성상 여성 인력 고용에 한계가 있지만 직원 250여명의 인천항만공사는 유리천장을 부수기 위해 노력했다. 발탁승진을 통해 부서장 보직을 부여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연수에 산입했다. 출산 및 육아휴직으로 근속연수가 부족해 승진이 어려운 여성을 위해 마련한 제도다. 2017년까지 팀장 이상 여성 보직자가 없었으나 이런 노력을 통해 2018년에는 큰 진전을 보인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2022년까지 여성관리자 10% 달성을 목표로 한다. 또 경력단절여성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 여성 채용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늘어나는 인천항 견학을 안내하는 업무를 경력단절여성에게 맡긴 것이다. 산림청이 숲 해설사를 신설한 것과 비슷한데, 경력단절여성은 반일제 근무로 인천항에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청년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도 눈에 띈다. 인천항만공사의 청년 직원 5명은 ‘청년 이사회’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신선하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 이사회에서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엔 공사가 추진하는 ‘인천항 중고차 클러스터 조성 의사결정’ 회의에 참석해 젊은 직원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여성 및 젊은층을 존중하는 경영을 펼친 인천항만공사는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사회적 가치 지표 중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에서 최고등급인 A0등급을 받았다. 평가를 받은 전체 128개 공공기관 중 이 영역에서 A0등급은 항만공사가 유일하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항만공사는 이와 유사한 지표였던 ‘조직 및 인적자원관리’에서 내리 3년간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사회적 가치 지표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적용되면서 인천항만공사처럼 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국남부발전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 집행에 앞서 일자리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일자리사전영향평가제’를 도입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GIS 기반의 산재 예방지도를 구축해 관련 정책수립을 가능하도록 하기도 했다. 모두 재무적 성과에 기반을 둔 경영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이다.

2017년,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사회적 가치 지표 세부항목 비교. 2017년 세부항목이 2018년 세부항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색깔별로 구분했다. LAB2050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정리.
2017년,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사회적 가치 지표 세부항목 비교. 2017년 세부항목이 2018년 세부항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색깔별로 구분했다. LAB2050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정리.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확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평가 지표 5개를 추가했다.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이 그런 지표이다. 그러나 도입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설립 목적과 본업 자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인데, 지표 추가가 과중한 업무가 될 수 있다는 종사자들의 볼멘소리부터, 사회적 가치의 정의가 모호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간 연구소인 랩2050(LAB2050)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포용국가 시대의 조직 운영 원리>도 사회적 가치 지표는 기존 지표의 재배열과 배점 조정 정도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각 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보고서에 사회적 가치 항목은 어떻게 평가되고,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ALIO)에 게시된 2018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이 받은 사회적 가치 지표 평가 등급과 내용을 살펴봤다. 평가 대상은 공기업 35개 기관, 준정부기관 93개 기관으로 총 128개 기관이다. 사회적 가치 지표 점수는 공기업 총 22점(비계량 14점, 계량 8점), 준정부기관은 총 20점(비계량 12점, 계량 8점)으로 구성됐다. 사회적 가치 지표 비계량 부문은 총 7개 등급(A0, B+, B0, C, D+, D0, E+, E0)으로 평가됐다. 기관별 평가 결과를 보면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지표의 중위값은 B0등급인 데 비해, 안전 및 환경과 윤리경영 지표의 중위값은 C등급으로 나타나 안전, 환경, 윤리경영 가치에 대한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18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 중 사회적 가치 지표 등급별 기관 수
2018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 중 사회적 가치 지표 등급별 기관 수
본업과 연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기관은 비계량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 창출 지표에서 최고인 A0등급을 받은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은 복잡한 에너지 발전설비 공정상 많은 비정규직이 있었지만, 자회사 설립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다. 이후 기존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위해 노력해 고용의 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지표는 채용과정에 저소득층, 지역사회 인재 등을 배려하고, 무기 계약직이나 고졸 직원에 차별 없는 인사제도를 운용한 조직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전 및 환경 지표에서는 시설 및 재난 안전, 사이버 안전, 환경보전 정책의 종합적 관리가 강조됐다.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지표는 단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서 기관의 활동이 지역사회의 변화와 영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요소로 제시됐다. 기관의 고유 업무와 연관된 사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영역에서 A0등급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진주옥봉새뜰마을 도시재생사업에서 아이디어 구상부터 실제 사업까지 지역 주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리경영 지표는 인권, 채용비리 유무, 경영 투명성 등을 중점 평가했는데, 불법적인 금품 제공이나 채용비리 등이 적발된 기관은 최하 등급을 받았다.

한편, 사회적 가치 평가를 계기로 평소의 활동이 인정받게 된 기관도 있다. 다른 가치에 비해 우선순위기 뒤졌던 ‘안전’, ‘환경’이 경영평가에서 독립 지표로 담기자, 한국가스기술공사가 해 온 안전 증대 및 환경보전 노력이 새롭게 조명됐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재난관리 기관으로서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된 정비와 기술개발 업무를 수행한다. 안전한 가스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현장점검과 취약요소 관리로 위험을 제거하고 있다. 2017년엔 6개의 대형 건설 사업장에서 무사고, 무재해를 달성했다. 위기가 발생하면 즉시 작동하는 비상 대응체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전’을 위한 노력은 2018년에도 이어졌다. 안전관리 기술을 통해 노후배관의 취약부를 조기에 발견해 대형 사고 가능성을 차단했다. 기관의 경영목표와 연계해 바이오 가스 정제기술을 통해 도시가스를 상용화하고, 도서 지역 엘엔지 벙커링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에너지 기술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가스기술공사는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안전 및 환경 지표에서 A0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지표 연구를 진행한 이원재 랩2050(LAB2050) 대표는 “지금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경제발전을 우선한 과거 경제 패러다임에서 인권, 노동, 환경을 포괄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큰 경제 규모를 차지하는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전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 8월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할 때 참고가 되도록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천 사례집>을 출간하고, 학습 동영상을 제작했다. 사례집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분야를 3가지로 구조화했다. 첫째 분야는 공공기관 본연의 설립 목적(Mission) 달성과 관련한 활동, 둘째 분야는 조직 운영상의 사회적 책임 이행 활동, 셋째 분야는 가치사슬(Value Chain) 상의 사회적 가치 이행 및 확산 활동 등이다. 공공기관이 기관의 특성과 운영 방식에 맞춰 앞서 든 3가지 실현 분야를 고민하며 찾아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분야별로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회적 가치 실현 사례 연구를 진행했고, 사례집으로 엮어 출간했다. 동영상을 통해서는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지,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강의 △실천 방안을 학습할 수 있다.

○사례집 보기

http://heri.kr/968903

○동영상 보기

http://heri.kr/index.php?mid=library&document_srl=968951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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