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11 19:08
수정 : 2010.08.11 22:06
MB ‘징벌적 손배’ 공약과 달리 이달 대책서 빠질 듯
출총제 폐지 등 사전규제 풀면서 사후규제는 소극적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제도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대기업에 대한 사후적 규제 방안들에 대해선 논의조차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련 부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달 말 발표할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개선 종합대책’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한 강력한 정책수단으로 거론되는 ‘3배 손해배상 제도’ 등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제도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악의적으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힐 때 손해액의 3배를 물리는 징벌적 배상제도의 하나다. 이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하는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2008년 초 인수위원회에서도 검토과제로 채택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인수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으로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 피해보상이 어렵고 재발방지 효과도 미약하다”며 우선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3배 손배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인수위 내부 검토에 그치고 말았고 공정위는 최근 부처간 협의에선 당시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등 정부 일부에서 징벌적 손배제도 도입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지만, 공정위 쪽은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되며, 손해액 산정도 쉽지 않다”며 검토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서민대책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도 “그런 공약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정부·여당의 기류는 지난해 3월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폐지 때 한 약속과도 어긋나는 대목이다. 당시 정부·여당은 대기업 요구를 수용해 출총제를 폐지하면서 “사전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앞으로 사후규제 중심의 선진형 제도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후규제 강화 수단으로 약속한 3배 손배제도는 물론이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등 그 어떤 후속 조처도 제도화되지 않았다.
상당수 중소기업인들이 “현 정부에 배신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무산도 같은 맥락이다. 납품단가 연동제 또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2008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계의 반발에 밀려 실효성이 떨어지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시행하는 데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사전규제를 풀면서 사후규제를 강화한다더니 변죽만 울리고 아무것도 실행에 옮긴 게 없다”며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질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