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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2 23:35 수정 : 2009.01.12 23:35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강연서 쓴소리
“양극화가 ‘뇌관’…중산층 붕괴 우려돼”

“우리나라 경제위기는 정부 경제팀의 리더십 실종과 이로 말미암아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정운찬(사진) 전서울대 총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초청으로 열린 ‘제1회 석학강좌’에 나와,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단기적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정 전총장은 특히 지난해 내내 오락가락했던 정부의 환율정책을 꼬집으며, “우리 경제팀은 미국 경제팀보다 훨씬 시장에서의 신뢰와 리더십에 취약한데, 현재와 같은 위기 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위기 원인으론 경제구조의 불건전성을 꼽았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불균형은 심화됐다”며 “특히 가계 건전성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어 이번 위기로 중산층이 붕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외 의존성이 심화하고 일자리와 소득이 양극화되면서 가계 부실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됐다. 금융부실이 실물 위기로 전이되는 등 총체적인 위기마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 전총장은 최근 정부가 ‘녹색 뉴딜’이라고 이름 붙인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녹색 뉴딜은 토목건설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 가깝다”며 “경제적·비경제적 비용과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들은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토목건설 뉴딜이 급히 추진되는 것은 건설업 추락을 막자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라며 “거품은 반드시 꺼지기 마련인 만큼 새 호재를 만들어 거품을 지탱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총장은 끝으로 “지금의 위기는 분배가 악화하다가 발생한 것인 만큼, 경제적 약자의 소득기반을 튼튼히해 주지 않는 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규제완화, 즉 미국식 시장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정책들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맹목적인 시장 만능주의보단 좀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연회를 주최한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강연회 뒤 기자와 만나 “(정 전총장은) 금융연구원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정부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주요 정부 정책에 대해 대화와 토론이 실종된 채 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소통만 이뤄지고 있는데 따른 우려로 보인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