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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2 18:43 수정 : 2008.11.02 21:25

[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빚내서 집·회사 사는 게 ‘레버리지’라면

국내외 금융위기에 따른 최근의 증시 불안으로 보유 주식값이 떨어지고, 서너 집 건너 한 집마다 갖고 있다는 펀드도 반토막 났습니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디레버리지’(Deleverage)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디레버리지는 레버리지가 반대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지렛대를 뜻하는 레버리지란 외부자금을 지렛대로 삼아 집이나 회사 등을 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레버리지가 높다는 것은 기업이나 가계에 부채가 많다는 말이지요.

지금 미국에서는 디레버리지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그동안 금융기법의 발달(파생금융상품 개발)로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제공 능력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도 쉽게 빚을 내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2002~2006년까지 미국 가계대출은 연평균 11%나 늘었다고 합니다. 주택 수요가 늘었고, 따라서 집값도 올라갔습니다. 집값이 오르니 금융회사들은 빚을 더 내줬습니다. 여기까지는 선순환인데, 지난해 여름부터 가계의 빚이 과다해 연체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악순환 고리에 빠져듭니다. 금융기관들은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로 손실을 입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값나가는 물건을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디레버리지의 시작입니다.

문제는 월가의 투자은행과 보험사, 헤지펀드 등이 서로 맞물려 당장 현금이 궁색한 처지에 내몰리는 바람에 구매자가 나서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매자가 없으니 자연히 가격이 떨어졌고, 손실 만회를 위해 더 많이 팔아야 했고, 그럴수록 값은 더 떨어졌습니다.

이쯤에서 디레버리지는 국적과 자산 종류를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값나가는 물건 가운데는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도 포함돼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우리 증시에서 359억달러를 빼 나갔습니다. 이렇게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 판 것은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린 주요인이었습니다.

급격한 디레버리지 과정은 유동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자산 가격 폭락 등 불안감이 커지면서 서로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은 신용경색 국면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최근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은 돈의 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 꽉 쥐고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었지만 시중은행의 여·수신 금리가 그만큼 내리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탓입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