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거래법 대폭 완화 그후
송금 빗장 풀고, 국내 유입 절차는 까다로워
전문가 “나갈때 돈 성격 증빙하도록” 바꿔야
“한국에 달러를 갖고 와 집이라도 사고 싶은데 국세청 통보도 그렇고 이런저런 규제가 걸려 쉽지 않네요.”
우리은행 외환사업단 김건우 과장은 요즘들어 부쩍 국외 동포들로부터 이런 고민을 상담하는 국제전화를 자주 받는다. 달러 자금에 목말라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멍석이라도 펴 반겨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실제 국내로 송금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달러가 나라 밖으로 나가기는 쉬워도 들어오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초 외국환거래법을 대폭 완화했다. 수년간 지속된 무역흑자와 24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질 정도였다. 당연히 달러가 쉽게 국외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넓혀 주는 쪽으로 법이 고쳐졌다.
예컨대 지난해까지만 해도 증여성 송금인 경우에 한해 5만달러까지 별도 신고 없이 국외로 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국외 예금, 대여, 주식 지분 취득 등 비증여성 송금도 신고 없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의 연간 송금 한도는 2만달러에서 5만 달러로 확대됐다. 특히 국내 거주자가 국외 부동산을 살 때 적용받던 300만달러 한도 규정도 폐지됐다. 말 그대로 달러 송금 빗장이 풀린 셈이다.
반면, 국외 거주자들이 국내로 달러를 들여 올 때는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외국환거래법은 연간 5만달러(총액)까지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국내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로 보내는 돈이 건당 1만달러를 초과하면 은행이 국세청에 이를 통보하고, 이런 돈으로 국내에서 집을 살려는 사람은 부동산매매계약서, 송금내역 등을 거래 은행에 일일이 신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송금받은 돈 외에 국내에서 대출을 받거나 적금을 들어 둔 돈을 합쳐 집을 사게 되는 경우는 한국은행에까지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여기다 집을 팔고 다시 국외로 돈을 갖고 나갈 때까지 고려하면 더욱 신경이 쓰인다. 최초의 부동산 취득 서류는 물론, 매매계약서, 양도세 등의 납세증명서 등 서류를 또 거래 은행이나 한국은행에 제출해 사실상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집을 사지 않는 경우라도 건당 1000달러 이상 2만달러 이하는 돈을 송금받아 은행에서 환전을 하는 사람이 일일이 구두로 사유를 밝혀야 하고, 2만달러를 초과하면 영수확인서 등의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송금 담당자는 “국외에서 국내로 돈이 들어오는 절차를 좀 더 간소화하는 대신 돈이 나갈 때에 자금 성격을 증빙하도록 하는 식으로 외국환거래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은 자본이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기 어려운 외환 거래 구조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라고 말했다.
조금만 통로를 넓혀줘도 외국에서 국내로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은 우리나라 외환 송금 거래의 40% 정도를 처리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통계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환은행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는 돈은 월 5억달러 이상이었고, 자녀 유학 경비 등이 집중되는 1월, 7~8월은 거의 6억달러에 근접했다. 반면 외환은행을 통해 들어오는 외화는 고작 3억 달러도 못 미치는 달이 많았다.
올해 들어선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국내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송금액은 일정한 패턴을 잃고 달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환율 상승이 예상된 7월에는 외환은행을 통한 송금액이 6억 22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가, 환율이 폭등하기 시작한 9월엔 송금액이 4억500만달러까지 급감했다. 이에 비해 외환은행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돈은 올해 들어 2월을 제외하고 매달 4억달러 안팎에 이르러 환율 상승이 국내로 송금을 늘리는 원인이 되었음을 방증했다. 유입 통로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과 달리, 들어오는 돈이 반갑다고 해서 무조건 규제를 풀어 줘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환은행 해외고객센터 이종면 차장은 “현재 외국환거래법상 합법적인 거래라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면서 “들어 올 때 규제를 완화하면, 나갈 때 그 돈의 성격을 밝혀야 하는 등 규제 완화의 이중적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외국환거래법은 들어올 때 신고절차를 제대로 밟게 했기 때문에 나갈 때는 좀 더 쉽게 나갈 수 있도록 해 놨다는 설명이다. 변상호 기자 byeonsh@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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