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9 18:57
수정 : 2006.08.09 19:33
‘1+1’ 행사 팔수록 손해 마트쪽 마진은 양보없어
[유통권력 제조업체 눈물을 판다 (중)]
“전국적으로 3백여개나 되는 대형마트 매장들이 1~2주일 단위로 여는 영업행사 때마다 1+1, 초특가, 사은품 증정 등을 강요하는 통에 거의 1년 내내 가격 인하에 나서게 됩니다.”
대형마트들의 납품가 후려치기에 제조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상당수 대기업 납품업체들도 대형마트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마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최저가격’을 내세우며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면서도 자신들의 최소 마진 10%는 결코 양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납품업체들은 ‘최저가격’의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 것은 물론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이벤트 행사 강요 △최저가로 납품단가 맞추기 △모자란 재고 채워주기 등 다양한 형태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은 점포마다 일 주일에 한두 번씩 인근 경쟁점포에 가격조사를 나간 뒤 본사에 조사내용을 보고하면, 본사 바이어가 납품업체 담당자에게 납품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 마트에 납품가격을 낮춰주면 또 다른 마트가 가격 인하를 요구해 납품가 인하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납품가 인하 등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상품 진열공간을 줄이거나 행사판매공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곧바로 불이익이 오기 때문에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 하나로클럽의 경우 매장에서 바로 판매가격 변경이 가능해 가격을 자기네 마음대로 내린 뒤 원래 가격과 차이가 나는 금액만큼 물건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납품업체들이 짜낸 묘안이 이마트에는 용량 2㎏짜리를 납품하고 홈플러스엔 1.5㎏ 용량 제품을 납품하는 식으로 용량을 달리한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그러자 대형마트들은 100g당 판매가격을 경쟁업체와 비교하며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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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이 저마다 최저가격을 내세우며 사실상 납품가격 인하를 강요하고 있어 몇몇 제조업체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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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활용품 업체 관계자는 “용량을 달리하고, 세트 구성을 달리한 제품을 여러 종류 만들다 보니 제조원가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부담이 되는 것은 1+1 행사”라며 “1+1 행사의 경우 납품업체는 많이 팔수록 손해가 커져 솔직히 물건이 적게 팔렸으면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1+1 행사의 수익구조를 납품업체쪽 처지에서 분석해보면 이해가 간다. 권장소비자가격 1만원인 제품을 대형마트에 6500원에 납품할 경우 이 제품의 원가와 판매관리비를 합친 가격은 5천원으로, 납품업체는 1500원의 영업이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 제품을 1+1으로 판매하면 납품가는 6500원으로 같지만, 제품의 원가와 판매관리비는 5천원+5천원으로 1만원에 이르게 된다. 이럴 경우 1+1 제품을 팔 때마다 3500원의 손실이 생기게 된다.
이뿐 아니다. 심지어 대형마트의 재고가 모자랄 경우 납품업체로부터 무상으로 받아서 채우기까지 한다. 아무런 거래 근거도 없이 물건을 무상으로 갖다주는 셈이다.
한 중소 육가공업체는 잦은 대형마트 행사 참여로 적자 폭이 커져 납품을 포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품목이 대형마트의 대표 미끼상품이어서 모든 대형마트를 합쳐서 거의 1년 내내 1+1 등의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며 “회사 이미지 제고와 홍보를 생각해 행사에 참여했지만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납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납품하는 지방의 한 수산물가공업체는 몇년 전 다른 할인점으로부터 납품 제안을 받았지만 이마트쪽의 제지로 거래처를 늘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뒤 이 업체에 돌아온 것은 판매 공간이 줄어드는 불이익뿐이었다. 이 회사 대표는 “수십년간 품질로 승부해온 우리 회사가 값싼 제품을 납품할 수는 없었다”며 “이마트가 싸게 납품하는 다른 업체들의 제품을 밀어주면서 우리 제품은 진열 공간이 계속 축소돼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매출이 줄어들게 되고 매출이 낮을 경우 발주를 줄이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가격을 낮춰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마트쪽은 이에 대해 “납품업체의 적정마진에서 값을 내릴 수 있을 만큼 빼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싸게 공급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대형마트들은 영업이익률 10%에 육박하는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다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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