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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온도와 기간 등 숙성 조건을 지키지 않은 숙성김치는 묵은지가 아니라 신김치에 가깝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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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방법·기간 어긴 묵은지는 신김치
식약청, 허위광고 없으면 단속 어려워
‘기생충 김치 파동’에 이어 ‘짝퉁 묵은지’가 말썽이다. 최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묵은지 대부분이 짧은 기간 동안 실온에서 강제 숙성시킨 이른바 ‘짝퉁 묵은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짜 묵은지 의혹은 상식적 차원인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 측면에서부터 힘을 얻고 있다. “3년묵은 묵은지, 오모가리(뚝배기의 전라도 방언) 찌개 등 묵은지 찌개를 파는 업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과연 공급량에 한계를 갖고 있는 묵은지가 어떻게 그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 는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로 사단법인 김치협회의 한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국내에 유통되는 대다수의 묵은지는 가짜”라고 제보해왔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최근 유통되는 묵은지는 과도한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서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인위적으로 숙성기간을 단축시켜 내놓은 일종의 ‘신김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일부 식당으로 값싸게 유통 되는 묵은지의 경우 지난 기생충 파동으로 팔리지 않은 중국산 수입 김치가 묵은지로 둔갑한 가짜라는 제보도 뒤따르고 있다.
중국산 수입김치가 묵은지로 둔갑
실제로 지난 3월 6일 식약청은 ‘부적합 수입김치 사후관리 조사’를 벌였다. 시약청은 “지난 배추 기생충 파문 이후 팔리지 않은 중국산 수입김치의 다수가 묵은지로 둔갑해 팔려 나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각 지방 식약청에 공문을 통해 긴급 추적조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식약청은 전국의 부적합 김치수입 업체 중 23개 업체를 적발하고 부적합 김치 5만6,150kg을 추가 압수해 폐기처분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짝퉁 묵은지를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반김치로 만들어서 팔다 남은 김치를 냉장고에 2~3개월 묵혀두면 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실온상태에서 방치한 김치통에서 상층부의 물러진 김치를 제거한 후 나머지 김치를 꺼내 다시 일정기간 냉장 보관 후 묵은지로 둔갑시키는 경우다.
물론 이렇게 숙성시킨 경우 맛은 그럴싸하지만 요리를 하게 되면 묵은지 고유의 거무틱틱한 색은 흉내 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일부업체는 김치를 볶아내어 색깔을 흉내 내기도 한다.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로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 중 하나인 두산의 종가집 김치의 마케팅 담당 강신준 대리는 “정상적인 숙성 조건을 거치지 않으면 유산균의 활동은 둔화되고 산도만 높아지는 이상발효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묵은지라기 보다 신김치에 가깝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전통적으로 묵은지라 하면 통상적으로 담근 지 12개월 이상 넘은 숙성 김치를 말한다. 최소 1년 이상 묵혀야 제대로 된 묵은 맛과 묵은지 특유의 군둥내가 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효가 잘 된 묵은지는 맛과 영양이 배가 되어 비타민, 무기질, 아스코르브산 등이 많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입소문을 통해 시중에선 묵은지가 슬로 푸드의 지존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묵은지를 재료로 삼는 음식점도 프랜차이즈 형태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묵은지를 이용한 김치찌개 전문점은 물론 감자탕이나 고등어조림, 삼겹살을 파는 업소에서도 묵은지를 앞세운다.반면 묵은지는 매우 희소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방법 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묵은지를 만드는 방법은 땅속에 묻어 두는 것. 묵은지를 숙성시키는 땅속 온도 13도 정도가 적정하다. 그러나 땅속 보관은 보통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그 이상을 숙성시키다보면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적정 온도가 깨져 묵은지가 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대량으로 묵은지를 제조 생산하기 위해서는 주로 동굴을 이용한다. 땅을 파고 묻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 경우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깊은 동굴의 경우 계절에 상관없이 8~11도 정도로 유지된다. 따라서 동굴저장은 김치를 1년 이상 숙성시키기에 적합한 장소다. 하지만 다량의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동굴이 많지 않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매우 높다는 것이 묵은지를 생산하는 전문업체의 설명이다.
종가집 김치 강신준 대리는 “종가집 김치는 1년에 두 번 정도 묵은지를 제조하는데 이미 작년에 담은 묵은지 300톤은 다 팔려 나간 상태”라며 “우리 같은 대기업도 묵은지 300톤 이상을 판매하기 위한 냉장시설을 갖추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1년 이상 묵은지만 판매한다는 인터넷쇼핑몰 ‘김치백화점(www.gimchi.co.kr)의 노병호 사장은 “1년 이상 숙성시킨 묵은지를 전문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업체는 김치백화점과 그밖에 2~3군데 업체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노 사장은 “묵은지의 경우 일반 생김치를 장기간 숙성시킨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묵은지는 처음 담글 당시 레시피가 일반김치와 다를 뿐만 아니라 숙성 환경과 온도가 일정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를 위한 100톤 정도의 묵은지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2억원의 자금을 묻어둘 수 있는 업체만 생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묵은지 100톤 만들려면 2억 들어
음식점 자체적으로 묵은지를 담그는 경우와 공장에 위탁 생산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방법에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있다.
묵은지는 전문점에서 1년에 최소 12톤을 사용하게 된다. 업소에서 직접 담가서 판매하는 경우를 가정해도 한 달에 1톤을 직접 담가야 하는데 장소와 숙성 방법을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공장에 OEM 방식으로 10톤 이상을 주문하는 경우 최소한 1,500만원 이상의 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 경우 그 공장의 신뢰도와 맛의 실패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높다.
결국 일반 소규모의 김치공장들은 묵은지를 담글 재정이 부족하거나 만들었다고 해도 판로를 잡지 못할 경우를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묵은지 제조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 중소업체의 냉정한 현실이다. 노 사장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된 묵은지는 소매가 기준으로 1kg당 4,200원이 든다. 마진을 고려해 볼 때 시중의 1kg당 3,300원 이하의 묵은지는 강제숙성으로 제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인터넷 쇼핑몰과 오픈마켓에서는 묵은지값이 천차만별로 팔려나가고 있다.
G마켓의 경우 현재 약 8개 업체가 묵은지를 팔고 있는데 5kg당 1만5천~3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 1만5천원 선에 판매되거나 묵은지를 사은품으로 팔고 있는 경우 묵은지가 아니라 단지 냉장 보관한 신김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판매자들의 의견이다.
옥션과 G마켓에서 2년 동안 묵은지를 판매하고 있다는 한 파워딜러는 “인터넷을 통해 1년에 약 10톤가량 판매하고 있다”며 “업체별로 가격차가 나는 이유는 숙성 방법이 달라서”라며 자신의 경우 그늘진 실온에서 4개월 숙성시킨 후 냉장 보관으로 1년 정도 묵혀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묵은지를 만들어 팔든 이에 대한 단속 규정은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다.
식약청 식품관리팀 제용규씨는 “위생법 상 일반김치에 비해 묵은지는 마땅한 정의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준이 세워진 적도 없고 어떤 연구도 실시된 바 없다”고 밝혔다. 식약청 정책홍보팀 정은석 서기관은 “묵은지는 지역마다 숙성 방법과 기간을 달리 하는데 딱히 특정 조건을 만들어 규제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숙성기간을 허위로 표시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현 상황처럼 정확한 숙성 방법과 숙성 기간을 표시하지 않고 묵은지를 팔아도 허위광고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 단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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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묵은지 구별법 이것이 ‘짝퉁’ 묵은지
- 맛은 시고 김치는 하얀색이 나오는 경우
- 배추의 육질 (섬유질)은 생생(아삭거리는 정도가 심함)하고 신맛이 나는 경우
- 김치가 하얗고 물컹하기만 하고 군둥내가 나지 않는 경우
- 군둥내도 없고 하얗고 시기만 한 경우
- 유난히 시기만 하고 고추가루가 생생한 경우
- 군둥내가 아닌 양념냄새가 나는 경우
- 배추줄기가 무르고 신맛이 매우 강한 경우
자료 제공 김치백화점(www.gimch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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