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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사> 존 키건 지음·류한수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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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전대륙에서 5천만명 앗아간 최대 살육전
거대한 전모 명료한 필치로 살핀 존 키건 역작
유럽서부·동부·태평양전쟁 나눠 전략·전투 정밀 묘사
화염병을 뜻하는 ‘몰로토프 칵테일’은 핀란드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1939년 겨울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틈 타 핀란드를 쳐들어갔을 때 북유럽의 이 작은 나라 국민들은 맹렬하게 항전했다. 핀란드인들은 도로를 따라 진격하는 소련 탱크부대를 측면 공격으로 툭툭 끊어놓은 뒤 눈 속에 처박힌 탱크들을 화염병으로 공격했다. ‘몰로토프 칵테일’이라는 이름에는 소련에 대한 비아냥이 담겨 있었다. 당시 소련 외무장관 뱌체슬라프 몰로토프는 틈만 나면 “나는 핀란드인의 좋은 친구”라고 떠들었는데, 불시에 공격을 받은 핀란드인들이 ‘그렇다면 이 술이나 받아라’하고 화염병을 던졌던 것이다.
‘몰로토프 칵테일’ 핀란드 항전서 유래
‘몰로토프 칵테일’은 핀란드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국운을 건 결사항전의 상징이었지만, 그 술병에서 피어오른 불꽃은 2차대전이라는 어마어마한 전화에 비하면 한 점 티끌에 지나지 않았다. 핀란드 병력을 다 합친 17만5000명은 이 묵시록적 전쟁의 수많은 격전지 가운데 한 곳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서부터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까지 만 6년 동안 벌어진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살륙전이었다. 지구의 거의 모든 대륙에서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고 5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었다는 점에서도 2차대전은 그 이전의 모든 전쟁과 성격이 달랐다. 말 그대로 총력전이었고 총체전이었다. 이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소련의 경우만 따져 보면, 군인 사망자가 최소 870만명이었고 민간인 사망자는 그 두 배인 1700만 명을 넘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이 죽어나간 것은 1차 세계대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국의 전쟁사학자 존 키건이 쓴 <2차세계대전사>는 그 규모의 거대함으로 인류 역사에 획을 그었고 그 참혹함의 강도로 인류의 정신에 지울 수 없는 화인을 남긴 ‘20세기의 아마게돈 전쟁’의 전모를 살핀 역작이다. 영·미권 5대 전쟁사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지은이는 유럽에서부터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까지 2차대전의 불길이 번진 모든 곳을 지구적 시야에서 살피고 있으며, 전쟁의 기원과 경과와 결말을 선명한 필치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은 한 권의 책으로는 요약하기 어려운 방대한 사건들을 명료한 분석틀로 짜임새 있게 서술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전쟁의 양상을 유럽 서부전선의 전쟁, 유럽 동부 전선의 전쟁, 태평양 전쟁으로 나눈 뒤 각 전쟁의 주요 인물인 히틀러·도조·처칠·스탈린·루스벨트의 전략을 분석한다. 또 전투의 특성을 보여주는 특정한 전투의 형태인 항공전·공수전·항공모함전·기갑전·시가전·상륙전을 살피고 본보기 전투를 상세하게 묘사하며 군수보급·전략폭력·비밀병기 같은 전쟁학의 쟁점을 각각 장을 할애해 다룬다. 이 책은 전쟁의 대동맥을 그림과 동시에 모세혈관을 아울러 그림으로써, 인류의 80%가 휘말려들어간 이 거대한 사태의 양상을 충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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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경 지대에서 독일군 전차부대에 맞서 싸우던 영국군 전차연대 대원들이 후퇴하는 장면.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은 전차부대를 앞세운 전격전으로 프랑스를 삽시간에 제압했다. 사진 청어람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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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