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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김무성 대표님, 왜 하필 아베의 ‘자학사관’을 받드나요?”

등록 :2015-09-15 20:03수정 :2015-09-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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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자택에서 만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국가가 아니라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자택에서 만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국가가 아니라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②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교육부 스스로 검정한 교과서 좌편향이라니…자기 모순”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역사학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달 들어서만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의 교수 34명,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 2255명,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1167명, 급기야 교육부 위탁으로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개발하는 연구자들까지 11일 국정화 반대 의견을 공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 데 대해 원로 역사학자 이만열(77·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모멸감이 든다”고 했다. “교과서 국정화는 교과서 제도의 후퇴뿐 아니라 국격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일이며 굉장한 상처”라고 덧붙였다.

자학사관 아베·일 극우세력이 한 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왜 그런 말로 역사 연구를 모독하나

하나의 교과서, 교육 획일화 불러
뉴라이트 성향 사관도
학계 검증 제대로 받아야

-역사학자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와 새누리당 쪽에서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학계의 연구를 무시하고, 역사에 무지한 결과다. 이참에 역사교육은 당대 역사학의 발전된 학문적 토대 위에서 역사학계의 공론에 맡긴다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주변에도 국정화를 지지하는 학자들이 거의 없다. 역사 연구는 그간 크게 발전했다. 예전에는 친일파나 독립운동사 연구가 역사학계의 금기였다. 1987년 6월 혁명 이후 민주화에 따라 독립운동사와 근현대사 연구가 급속히 발전했다. 이런데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역사학의 발전을 모르고 현행 검정교과서가 ‘좌편향’돼 있으며 ‘자학사관’에 입각해 있다고 외친다.”

-역사학계가 대부분 ‘자학사관’을 갖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자학사관’이라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아베 신조와 일본 극우세력이 한 말이다. 당시 무라야마 정권이 일제통치를 반성하는 가장 진전된 담화를 내놓았을 때 극우가 비판한 말이다. 그런 극우 쪽 의도가 2001년 후소사판 교과서 파동으로 이어졌다. 왜 하필이면 그런 말로 우리 역사와 역사 연구, 우리 교과서를 모독하나.”

-단일한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국정교과서는 국가의 목표가 강하기 때문에 가르치고 배우는 이들의 자유가 제한된다. 민주국가에서는 역사를 보는 관점에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사실이라고 해도 역사적 해석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나의 교과서는 교육의 획일화를 가져오고 창의성을 말살한다.”

-다양성을 강조한다면 뉴라이트 성향의 사관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뉴라이트 성향의 사관도 역사학계의 검증을 제대로 받는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교과서로서 기본 요건과 수준을 갖추지 못한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를 교육부가 무리하게 감싸려다 안 되니까 국정화를 들고나왔다는 평가가 있다.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좌파’라고 모는 것은 색깔론과 다름없다. 이제는 교육부 스스로 주도해 검정한 교과서들을 전부 좌편향이라고 한다.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결국 근현대사가 논란의 핵심인 것 같다.
“이승만 정권이 임시정부 정통 계승에 소극적이었다. 헌법 전문에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돼 있지만, 교과서나 정책에 아직까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해방 70주년인데도 국내에 임시정부 기념관 하나 없다. 집권 여당, 한국의 보수세력은 민주화운동의 역사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역사관의 문제다. 결국 역사를 이끌어가는 세력은 백성이고, 세계사를 이끈 주체는 민중인데 집권 여당과 보수세력은 지배층이 역사를 이끌어왔다는 식의 역사관을 가졌다. ‘동학농민운동’을 ‘동학난’이라고 보는 식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를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친일파와 독재정권 세력 등으로 바꾸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국정화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기준을 더 강화할 수는 있다.
“지금도 집필 가이드라인이 너무 상세하다. 학계의 정당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더 엄격하게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정화다. 차제에 더 나은 자율화, 불필요한 가이드라인을 걷어내고 자율화하는 것이 낫다. 세계적으로 교과서는 국정제에서 검인정제로, 다시 자유발행제로 발전하는 추세다. 궁극적으로 자율발행제로 가야 하지만 그 이전에 기준을 완화하는 자율화로 해야 한다.”

-올바른 역사교육이란 무엇인가?
“역사의 발전이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이 양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고 본다. 예전에는 왕과 제후장상만이 그럴 수 있었다.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 문제뿐 아니라 사회문제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에드워드 핼릿 카)라고 했듯, 역사교육은 지금의 입장에서 과거 의미를 해석하고 비판하며 그 교훈을 자양분 삼아 내일을 향해 에너지를 만드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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