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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정전 60주년, 중단된 평화체제 논의 재개해야”

등록 :2013-07-0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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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역사문제연구소 주최로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 화의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문제연구소 제공
6일 역사문제연구소 주최로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 화의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문제연구소 제공
역사문제연구소 학술토론회
종전선언 통해 평화협정 전환
‘한반도 비핵지대화’ 포함해야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발발 3년1달3일째, 휴전회담 시작 2년18일째인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열린 제159차 휴전회담에서 드디어 정전협정 서명이 이루어졌다. 협정 조인 당사자는 유엔군 사령관, 그리고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를 기해 전 전선에서는 포성이 멎었다. 하지만 정전협정은 군사 충돌을 ‘정지’시켰을 뿐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는 27일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의 의의와 한반도 평화의 해법을 찾으려는 학술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한반도 정세 악화의 핵심구조는 불안정한 정전체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평화 정착을 위해 이명박 정부 이후 중단된 ‘평화체제 담론’이 다시 활발히 제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문제연구소는 6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연구소 사무실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 평화의 길을 묻다’는 주제의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토론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역사·쟁점·전망’이라는 글을 발표해 평화체제 논의의 여러 쟁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일단 ‘평화체제’를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평화협정을 통한 법적·제도적 평화 보장과 군사적 신뢰 구축 및 군비 통제, 남북관계 개선을 포함한 실질적 평화 정착이 달성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어 “평화체제의 제도적인 완성은 평화협정”이라며 “불안정한 휴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잠정적 조처로서 ‘한반도 종전선언’이 필요하고, 정전관리체제를 종전관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협정 당사자는 남한과 북한이 돼야 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평화협정을 맺고도 평화를 이루지 못한 국제 사례들이 적지 않다”며 평화협정체제가 정착되려면 긴장이 생길 수 있는 근원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 구축에 관한 구체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평화체제 논의는 중단되고 한국 정부의 평화체제 전략과 의지도 약화됐다”며 “5년 동안 평화체제 담론이 실종되면서 한반도의 냉전적 대결이 심화됐으며, 북핵 문제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 악화의 핵심구조는 바로 불안정한 정전체제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과제가 더욱 부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국제대학원)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의 전망’이란 글에서 ‘평화’와 ‘비핵화’를 불가분의 관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이 지금까지 핵무장을 정당화한 근거는 미국의 핵위협과 적대정책에 대한 ‘억제력’이었다”며 “따라서 평화를 제시하여 그 근거를 허무는 것이, 북의 핵무장을 해제하는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동전의 앞뒷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를 위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고, 평화협정에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포함시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란 북한의 핵 폐기뿐 아니라 핵무기 보유국가들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까지 추가하는 것이다. 그는 “북-미의 핵대립은 아직도 계속되는 전쟁 상태에 근원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평화체제와 결합될 때 비로소 안정성을 획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각국 정부가 비핵화와 평화로 나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을 추동할 세력은 시민사회가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보영 한양대 강사는 ‘정전협정의 쟁점과 그 유산’이라는 글에서 한국전쟁 당시 휴전회담의 진행 과정과 쟁점을 정리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정전협정문에는 해상분계선을 명시하지 않았고, 부속조항에 서해 5도를 잇는 선이나 해상봉쇄선은 존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아놓았다”며 “하지만 전후 유엔군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서해 5도를 잇는 엔엘엘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전협정문에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는 남쪽의 엔엘엘과 마찬가지로 북쪽의 군사해상분계선도 일방적 주장”이라며 “엔엘엘 문제는 정전회담에서 분쟁의 불씨를 남겨놓은 문제이자 전후 남과 북 사이에 새롭게 만들어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역사문제연구소는 이달 20일까지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대담(10일), ‘전쟁기억의 기원’과 ‘핵과 평화’ 주제의 강연(13일, 17일), 평화기행(19일), ‘평화를 노래하라’ 문화공연(20일) 등 다양한 정전 60주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동북아학회와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도 오는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정전협정 60년과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북한연구학회와 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조선대에서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와 신뢰의 한반도 구상’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를 열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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