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로그인
컨텐츠

등록 : 2010.09.01 20:02 수정 : 2010.10.27 11:39

네덜란드에서 열린 ‘동해 지명 국제세미나’

역사적 배경 아닌 토착지명론 눈길
주요지도 병기비율도 10년새 급증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다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적절한가? 동해의 지명 문제를 논의하는 ‘제16회 동해 지명과 바다 명칭에 관한 국제세미나’(동해연구회, 동북아역사재단 주최)가 지난 22~23일 국제법의 중심지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미국·영국·오스트리아·중국·일본 등 12개국의 전문가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동해 지명 문제를 한-일 두 나라 사이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서 바라보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 지명학이라는 일반적인 틀 속에서 활발하게 논의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특히, 페르얀 오르멜링 유엔지명전문가회의(UNGEGN·네덜란드) 부의장, 폴 우드먼 전 영국지명위원회 사무총장, UNGEGN의 외래지명워킹그룹 공동위원장인 페터 요르단 오스트리아 지명위원장과 밀란 아다미치(슬로베니아) 등 이 분야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지명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지명, 토착지명(endonym)과 외래지명(exonym)의 지위, 영해·공해 등의 해양 경계와 지명 문제를 동해 표기와 연결해 보려는 시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앞으로 동해 표기 논의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영국해협(영국)/라망슈(프랑스)’, ‘피란만(슬로베니아)/사부드리야만(크로아티아)’ 등, 두 나라가 관련되는 지역에 각자의 고유 이름을 병기하는 구체적 사례도 보고됐다.

‘동해(East sea)/일본해(Sea of Japan)’ 병기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 쪽으로선 일본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동해가 일본해로 바뀌었다는 역사적 배경에 입각한 논리 외에 이론적·실천적 차원에서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된 셈이다. 첫 회의부터 줄곧 ‘동해 세미나’에 참석해온 이기석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사적 배경 중심에서 한발 나아가 이번 회의에선 이론이나 실천 사례 부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전체적으로 동해·일본해 병기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해/일본해 병기가 순풍에 돛 단 배만은 아니다. 정부와 학계 등의 집중적인 노력으로 세계 주요 지도 제작사들의 동해 병기 비율이 2000년엔 2.8%에서 2005년 10.5%, 2007년 23.8%, 2009년 28.1%로 급증하고 있지만, 세계 지명에 가장 영향력이 강한 미국은 관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하나의 지명으로 표준화하는 원칙을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유럽의 몇몇 전문가가 일본해 단독 표기를 식민주의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한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동해연구회의 주성재 부회장(경희대 교수)은 “일본해의 단독 병기가 많은 현실을 인정하고,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헤이그/오태규 기자 ohtak@hani.co.kr